[88] 여린 차 맛의 순수함을 닮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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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여린 차 맛의 순수함을 닮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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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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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입춘이 지났다. 지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땅 밑에서는 만물이 소생하고 있을 것이다. 녹차 중에는 봄비가 내려 모든 곡식들이 윤택해 지는 절기인 곡우(穀雨)전 어린 찻잎을 따서 만든 우전(雨前)을 가장 좋은 차로 여긴다. 우전이 높게 평가받는 것은 찻잎이 지닌 순수한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 소중한 것 중 하나가 인간다움, 순수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공에 목숨을 거는 세태에 웬 생뚱맞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인간다움은 각박한 이 사회를 그나마 윤택하게 만드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요즈음 ‘사람 좋다’는 말이 ‘무능하다’,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어 진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가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이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해버린 것이다. 아무리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경쟁력이 없으면, 경제적인 능력을 구비하고 있지 못하면 무시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시대흐름의 대세인 경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공이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는 지금의 세태는 인간관계의 황폐화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사회는 만남이 없는 사회이다. 어느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면 당구공과 당구공의 부딪침처럼 한 점에서, 그것도 순간에 끝나는 만남이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뒤집어보면 현대인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을지는 모르지만 까닭모를 공허함을 느낀다는 반증이다. 인간다움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따뜻하게 케어(care)해주길 바라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쓰고 있는 가면 뒤에 가려진 여린 속살을 누군가가 어루만져 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인간다움을 지닌 사람은 어수룩해 보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에 있어서는 중심에 서지 못하지만 그는 분명, 인간의 순수함과 훈훈함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주는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이다. 신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함 없이 참 인간상을 회복하는 여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원래의- 죄로 타락하기 전- 아담과 하와를 닮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죄로 오염되고 왜곡된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태초에 하나님께서 지으실 때의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것 말이다.


여러분은 새 반죽이 될 수 있도록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우십시오. 여러분은 누룩을 넣지 않은 반죽입니다. 우리들의 유월절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습니다.(고전 5:7).                                              <한서대학교 대우교수·유아다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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