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81) 부자의 재물 집착에 대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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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81) 부자의 재물 집착에 대한 경고
  • 승인 2007.12.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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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잔치 비유: 부자의 재물 집착에 대한 경고






누가복음 큰 잔치 비유(눅 14:15-24)는 잔치를 초대한 주인과 그 손님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 앞서 기록된 만찬석상에서의 주님의 가르침을 보다 잘 설명하기 위하여 마련된 문학적 장치라고 보여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무시한 채 계산적 이기주의에 의해 교제하였던 누가공동체의 다소 부유한 신자들에게 오히려 되돌려 받을 것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가난한 신자들을 초대함으로써 배려하라는 주님의 교훈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이다.




이러한 교훈과 함께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또 다른 사실은 부유한 신자들의 재물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들이 비판받는 이유는, 밭을 산 사람(18절)과 소를 산 사람(19절)의 행위가 모두 부정과거로 표현되어 있음으로써 거래가 이미 끝났음을 가리키는데, 이들이 그 후에 밭을 보러 가야하고, 소를 시험하러 가야한다는 구실을 들어 초대를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최초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재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잔치주인의 초대를 거절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누가는 비유 속의 부자들처럼 재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주님의 잔치(24절, “내 잔치”)에 참여하기를 거절하는, 그 공동체 내의 부자들을 경고하기 위하여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 중동 지방에서는 이웃 친지들의 잔치 초대를 매우 귀히 여기는 풍습이 있었다. 만일 부족의 경우 초대를 거절할 경우 전쟁도 불사할 만큼 잔치 초대는 소중한 약속으로 여겨졌다. 초대는 대개는 이중적이어서, 먼저 잔치를 계획할 때 미리 초대장을 보내고(16절), 당일에 다시 종들을 보내어 초청하는 것이다(17절, “그 청하였던 자들에게”). 따라서 이러한 초대를 잔치 당일에 거절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로써 간주되곤 하였다.




누가복음의 이 비유는 마태복음의 혼인잔치 비유(마 22:1-10)와 대체로 유사하나 세부적으로 차이점이 존재한다. 마태복음은 혼인잔치에 손님을 초대하는 것 외에 유대민족의 역사적 사실이 함께 추가된 것으로 나타난다(마 22:6, 7). 이 부분은 유대인들이 다수였던 마태 공동체를 핍박하던 회당 유대교의 공격에 대항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초대를 거절한 유대인들의 말로에 대한 예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마 22:7은 주후 70년에 발생한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을 가리키는 예언으로 이해되면서, 마태복음이 그 사건 후에 기록되었다는 기록연대를 판정하는 중요한 잣대로써 나타난다.




이외에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의 또 다른 차이점은 처음 초대를 거절한 손님들 대신에 후에 초대된 사람들의 목록이다. 마태복음의 경우 그들은 “악한 자와 선한 자”(마 22:10)로 제시되면서 다분히 윤리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데 반해, 누가복음에서는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맹인들과 저는 자들”(눅 14:21, 참고 13절)이 등장함으로써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누가복음의 사회복음적 특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목록은 13절에서도 등장한 것으로서, 누가복음의 취임설교에 등장하는 목록(가난한 자, 포로 된 자, 눈 먼 자, 눌린 자, 눅 4:18)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누가복음의 사회적 성격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참고, 눅 1: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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