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부터의 표적 논쟁: 복 있는 자는 말씀을 듣고 지키는 자
이에 대항하여 주님은, 첫째로는 귀신추방을 통한 하나님 나라의 도래가 참 표적임을 선언하였고, 둘째로는 악한 세대에게 심판을 선포한 요나의 표적이 주님의 메시야 사역의 성격을 바르게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첫째로 주님은 하나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 곧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이 땅에 임한 증거임을 지적하면서, 이처럼 귀신추방으로 드러난 새 시대의 도래(到來)야말로 진정한 표적이라고 주장하였다(눅 11:20). 따라서 이제 주님을 통해 나타난 새 시대의 기적을 목격하고 체험한 이들은 양단간에 결정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주님의 편에 서지 않는 자들은 곧 주님을 반대하는 자들이 되기 때문이다(눅 11:23).
이 교훈을 좀 더 설명하기 위해서 누가는 두 단락의 말씀을 추가하고 있다(눅 11:24-28). 첫째로,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 즉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확고한 헌신과 순종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요구에 따르지 않는 자들은 한 귀신에게 해방되었다가 후에 다시 더 많은 귀신들에 의해 공격하는 사람과도 같다(눅 11:24-26; 참고, 히 6:4 이하). 둘째로, 진정으로 복 받은 상태는 그 아들이 유명한 치유자인 어머니의 일시적인 기쁨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를 듣고 지키는 자들의 영속적인 기쁨이다(눅 11:27-28). 여기서 주님의 모친 마리아를 찬양하는 한 여인의 선언, “당신을 밴 태와 당신을 먹인 젖이 복이 있나이다.”는 문장은 당대 유대 여인들의 사고를 여실하게 드러낸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 시대의 유대 여인들은 이급(二級) 인간으로 취급되면서 인정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가 낳은 아들 혹은 그 남편의 명성과 평판에 의지하여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주님이 여인의 말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일축하였다는 것은 동시에 주님이 가져오신 새로운 시대에 여자들은 더 이상 남편이나 아들에게 의존적인 이급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인 말씀을 믿고 지킴으로써 남자와 동등한 존재가 됨을 선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교훈은 가족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주님의 말씀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내 모친과 내 동생들은 곧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이 사람들이라.”(눅 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