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서(21) 엘리 가문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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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서(21) 엘리 가문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출발
  • 승인 2007.08.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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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셋에게 법궤를 빼앗기다(3)




▲ 김영진교수·연세대 연합신대 구약학

17절은 소식을 전하는 자가 전장의 소식을 자세히 엘리에게 알려준다. 첫째,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패하여 백성들이 블레셋 앞에서 도망하였고, 많은 백성들이 살육당하였다고 보고할 뿐만 아니라 엘리의 두 아들인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임을 당하였고, 하나님의 법궤는 블레셋에게 빼앗겼다고 기록하고 있다. 17절을 묘사하는 방식은 전쟁 전체에 관한 보고와 엘리의 아들들에 관한 정보 그리고 법궤에 관한 정보의 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18절은 엘리의 죽음을 기록하고 있다. 법궤가 빼앗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엘리는 놀라 의자에서 넘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 아마도 기도 폐쇄로 죽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넘어져 죽은 것은 비둔한 이유, 즉 살이 많이 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마 이것은 엘리의 두 아들의 부정한 방법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엘리는 40년 간 이스라엘의 사사로 활동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기록된 40년이란 정확한 연도로 이해하기 보다는 상징적인 완전수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참고 삿 3:11, 5:31, 8:28).




19~22절에서는 엘리의 아들 비느하스의 아내의 출산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그녀는 남편과 시부의 죽음 그리고 법궤를 빼앗긴 소식을 듣고 갑자기 출산하게 되었으며, 이 해산으로 그녀가 고통당하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20절). 이것은 엘리 가문의 또 다른 고통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의 이름을 아가봇(이 카보드)라고 지은 것은 하나님의 영광이 그 가문에서 떠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카보드’는 히브리어의 부정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와 영광을 뜻하는 ‘카보드’가 결합된 것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이름의 뜻은 ‘영광이 없음’(no-glory) 혹은 ‘하나님의 영광이 어디 있느냐’(where is glory)이며, 이러한 부정적인 이름이 주어진 것을 통하여 엘리 가문의 멸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사무엘서에서 전개될 이야기는 엘리 가문이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가 열림을 암시하고 있다.




19절의 ‘몸을 구부려 해산하여’라는 표현은 고대시대에 여인들이 아이를 낳는 자세를 묘사한 것이다.


20절의 비느하스의 부인은 아들의 출산이란 기쁨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음을 통하여 이 여인의 슬픔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준다. 21절에서 엘리의 며느리는 아이의 이름을 이가봇으로 지어준다. 고대시대에 아이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어머니가 지어주었다. ‘영광’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카보드’는 하나님의 임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특히 법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무엘상 4:12-22은 문학적으로 엘리 가문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동시에 보여주며, 역사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위기를 보여준다.




(20)블레셋에 머문 하나님의 법궤




사무엘상 5장은 블레셋과의 에벤에셀 전투에서 패하고 법궤를 빼앗긴 후 하나님의 법궤가 블레셋 지역에 머물면서 그곳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과 이로 인하여 하나님의 법궤를 다시 돌려주려고 결정한 것이 기록되어 있다. 법궤를 빼앗은 블레셋 사람들은 법궤를 에벤에셀에서 아스돗(Ashdod)으로 가지고 갖고 다시 가드(Gath)와 에그론(Ekron)으로 보낸 후 에그론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하였다.




사무엘상 5장의 법궤가 블레셋 영토에 들어간 것은 큰 틀에서 보면 실로에 있던 법궤가 실로로부터 이동하여 나중에 예루살렘으로 옮겨지는 계기가 된다.


2절에 의하면 블레셋 사람들은 하나님의 궤를 아스돗의 다곤 신전에 두었다. 이러한 블레셋 사람들의 행동은 고대근동의 전쟁문화 속에서 쉽게 이해된다. 즉, 전리품으로 빼앗아 온 신상을 자가들의 신전이나 신전 창고에 안치함으로서 적군의 신들도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이념적 배경이 된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는 여호와의 신상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법궤를 다곤 신전의 다곤(Dagon) 신상 옆에 두었다. 이것은 블레셋 사람들이 여호와의 임재의 상징인 법궤를 자신들의 신전 안에 안치함으로서 여호와가 다곤 신에게 예속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블레셋의 신인 다곤 신은 그 기원에 대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설명이 있다. 다곤 신의 성격, 특징 등을 기록한 문서가 없지만 다곤은 메소포타미아의 곡식의 신인 ‘다가누’(daganu)에서 유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히브리어에서도 ‘다곤’이 ‘곡식’이나 ‘곡물’(corn, grain)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경우를 볼 수 있다(호 14:8, 시 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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