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의 구약읽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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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의 구약읽기(20)
  • 승인 2005.01.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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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 강남대 구약학



홍해의 기적 사건은 우리가 창조 이야기를 읽는 심정으로 읽어야 한다. 파라오의 군대는 이스라엘을 해치기 전에 멸해져야 한다. 고대인에게 바다는 여전히 신비하며 그 힘이 강대해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앞에는 바다가 놓여 있고 뒤에는 이집트의 군대가 추격해 오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진퇴양난의 기로에 선 이스라엘은 오직 하나님의 기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홍해의 기적 사건은 기적 자체보다는 기적 이면에 있는 의미가 더욱 중요한 내용으로 다가선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홍해 사건은 민족의 태동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스라엘 후손은 홍해 사건을 기억할 때마다 이집트를 보기 좋게 물리친 여호와 하나님께 감사한다.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이스라엘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이스라엘은 드디어 반역하기 시작한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여지없이 패하고 홍해가 갈라질 때만 하더라도 살 것 같더니 광야에서 굶주리게 되자 이스라엘은 불평하기 시작한다. 다시 이집트 생활을 그리며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출 16:1~3).


사람이란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존재인가 보다. 언제는 종살이가 싫어서 이집트를 박차고 나오더니 이제는 먹을 것이 없어서 그 종살이를 그리워하다니!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만족하며 살 수 없다. 먹을 것 입을 것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답게 사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광야에서 이스라엘의 먹거리가 된 만나에 대한 이야기를 보자. 하나님께서는 불평하는 이스라엘에게 식량으로 만나와 메추라기를 공급하신다. 메추라기는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며 만나는 빵 대용으로 사용된 것 같다. 만나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땅 위에 서리처럼 쌓이는 하얀 밀가루와 같은 것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만나를 한꺼번에 많이 거두어다가 쌓아 둘 수는 없다. 오직 하루에 해당되는 분량만 취해야 한다(출 16:12~20). 그렇지 않고 욕심을 부려 많이 가져다가 다음날 아침까지 두면 부패해 버리는 것이 만나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안식일이 되면 일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하루 전에 그날에 먹을 양식을 구해 놓아야 한다. 안식일 하루 전에 구해 놓은 만나는 안식일까지 먹어도 상하지 않는다(출 16:23~31).


만나는 하늘의 음식이다. 하루 분 이상의 양을 가져가면 자연히 썩어버리는 음식이다. 이스라엘은 만나가 신기한 음식이라는데 관심을 갖기보다는 안식일 준수에 더 신경을 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광야생활일지라도 안식일에 일을 해서는 안된다. 하나님의 날에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식일을 위해 예비해 놓은 만나는 썩지 않는다.


결국 만나 이야기는 안식일 준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 된다. 광야에서의 먹거리 이야기와 안식일 준수에 대한 이야기가 결합된 전형적인 기적사건이 만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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