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겸손한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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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겸손한 마음가짐
  • 승인 2008.10.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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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들은 차를 대접받은 손님으로부터 “차 맛이 훌륭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 부족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차 맛을 완벽하게 우리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과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차 맛이라고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정성이 더해지지 않으면 참 다운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늘 겸손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필자 역시 이 말을 즐겨 사용한다. 그러나 이 말을 한 이후의 마음은 개운하지 않다. 입으로는 겸손을 말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겸손을 가장한 또 다른 위선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말을 할 때마다 늘 내 자신과의 이중성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울 때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에는 익숙하나, 형편이 풀리고 남들로부터 인정받을 만한 위치에 오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면 과거 자신의 모습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혹, 기억한다 하더라도 애써 외면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성공이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이다.

비행기 조종사들은 이륙했다고 생각되는 3분과 다 왔다고 생각하는 8분을 가장 경계한다고 한다. 이 시간이 통계학적으로 가장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魔)의 11분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성공이후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실족하는 사람들을 허다하게 볼 수 있다.

이 때 사람들은 그동안 참고 있던 온갖 이야기들은 쏟아 내며 그 사람을 비난한다. 그러나 남의 이야기이니까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도 그와 똑같은 죄 된 속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 우리 역시 그와 동일하게 죄 가운데 살아가는 연약한 피조물이다.

우리 스스로의 힘이나 의지로 낮은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손으로 태양을 가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영원히 도달 할 수 없는 목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것은 보혜사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켜 주실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눈에 잘 띠지 않는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매일매일 자라면서 우리의 마음을 예수님을 닮아가도록 빚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서대학교 대우교수·유아다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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