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교회 신뢰도 0.7% 상승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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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교회 신뢰도 0.7% 상승의 허와 실
  • 최창민
  • 승인 2009.11.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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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 요인 주도, 젊은층 진단에 주목해야
▲ 기윤실, 2009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 발표

교회 신뢰도가 0.7% 상승했다. 지난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교회 신뢰도 18.4%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한지 1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3.5%로, 지난해 48.3%보다 14.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교계 일각에서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태안기름유출사고 이후 결성된 한국교회봉사단의 활동이 개신교 신뢰도 상승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족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더 많다. 신뢰도 상승이 교계 자성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외부 요인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신뢰도 소폭 상승과 관련해 서울대 경제학부 김병연 교수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의 여파가 거의 사라진 점을 요인의 하나로 꼽았다. 또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기독교 편향차별 논란이 불거진 점, 최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한 점을 등을 근거로 “일반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와 개신교를 연관 짓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 상승한 외부 요인을 지적했다.

실천신대 조성돈 교수도 신뢰도 향상의 가장 큰 이유를 “교회를 둘러싼 이슈가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던 촛불집회의 중심에서 한국교회가 질타의 대상이었다”고 꼬집었다. 즉 교회의 본질적인 변화나 개선에 의한 신뢰도 상승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인 사회에 비치는 이미지, 인식하는 대상들의 정황에 의해 좌우된 변화라는 것. 이를 방증하듯 개신교 지도자의 언행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부정적(46.9%)으로 조사됐으며, 개신교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32.2%가 ‘언행불일치’를 꼽았다. 신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교회 내적 요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독교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신앙과 삶의 이중성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에서 유의미한 변화로 주목할 부분은 있다. 한국교회의 봉사활동에 대한 적극성이 점차 인정받고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한 이미지 개선 효과도 이번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개신교를 신뢰하는 이유로 첫번째가 ‘봉사활동을 많이 해서’(21.7%)였다. 또 42%가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종교로 개신교를 꼽았으며, 특히 젊은층이 개신교의 봉사활동에 높은 점수를 준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번 신뢰도 상승 요인이 외적이든 내적이든, 한국교회의 신뢰도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선교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무종교인 층에서 가톨릭(35%)이나 불교(28.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2%의 신뢰를 얻은 점은 한국교회를 당혹하게 하기 충분하다.

최근 예장합동총회 교육개발원에서 교단설립 100주년을 맞아 조사(10월 26일 발표)한 신뢰도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현재 한국교회의 모습에 대해 신학생 25.8%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2세 이하 비기독교인 학생들의 46.5%가 ‘기독교인은 비호감’이라고 답했으며, 어릴수록 더 비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인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가진 비기독교인은 7.2%에 불과했고, 전혀 호감이 없다는 응답도 33.1%에 달했다.

비기독교인 33.5%가 기독교인이 사랑실천이 부족하다고 대답했고, 20.3%는 윤리의식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청년층(29세 이하)은 무려 34.2%가 `기독교인은 윤리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0.7% 상승에 자족할 수 없는 이유다. ‘상승’보다는 ‘자성’에 방점을 찍어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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