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만 주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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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만 주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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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1.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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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얼마 전 한 모임에서 기독교 대학의 한 교수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분이 하는 이야기가 ‘목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 분이 학교에 계시는 목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란다. 그냥 하는 이야기에 목사들은 잘 듣고 있다가 끝에 가서 정답을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냥 힘든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는 것인데 목사들은 꼭 정답을 만들어서 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정답이라는 것이 그렇게 다가오지도 않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목사들에게 했더니 한 목사가 하는 이야기가 직업병이란다. 목사는 항상 정답을 준비했다가 전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목사님이 구역예배에 참여했는데 교인들이 예배는 간단히 드리고 수다를 떠는데 자식 학원 이야기며, 아파트 시세에 대한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러자 목사님이 듣다못해 한 마디 했다. “구역예배로 모였으면 신앙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그런 세상적인 이야기만 하면 됩니까?” 그러자 구역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멘이 아니라 “목사님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다”고 오히려 핀잔이다.

속 좁은 우리 목사님 속으로는 꽁하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속이 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마음에 담았다가 목사님은 아무도 덤비지 못하는 설교시간에 한 번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그 교인들은 아멘 했을까. 아마 그 교인들은 이제 목사님 앞에서는 입도 열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을 이해도 못해주고 딴 세상 이야기만 하는 목사님을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목회사회학을 전공하는 필자도 가끔 목사들을 만나게 되면 한 수 배울 때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특히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목사들은 자신들이 준전문가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기도 중에 얻은 정답’을 술술 내어 놓기 시작한다. “사회는 이게 문제고, 정치는 이게 문제고, 정답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좀 아쉬울 때가 많이 있다. 정말 사회를 저런 관점으로 보고, 이해하게 된다면, 그리고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설교 중에 교인들에게 한다면 그 교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사회를 이해하고, 우리 성도들의 삶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을 필자는 목사가 성도들을 사랑하는 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목사 비슷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은 목회인양 생각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세상과 교회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 성도들을 통해서 교회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도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시고, 그의 뜻을 펼치시고자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성도들의 삶의 자리를 긍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직장생활 가운데서 겪게 되는 힘든 일들과 어려운 일들, 가정의 자리에서 어머니로, 또 아내로서의 일을 해 나가며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과 고통들, 사업 가운데 실패하여 받아야 하는 여러 가지 고난과 양심에 꺼리는 일들을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그 가운데 사는 우리 성도들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지극히 일상적인 일 뿐만 아니라 우리 성도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정치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경제를 통해서는 이 세계가 바르게 살고 있는지, 사회의 흐름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목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에 더해서 이 사회를 어떻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으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환경, 삶의 도구로 허락하신 경제,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으신 사회 등이 어떻게 하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선한 것으로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교회는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일을 위해서 목사는 오늘도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하여야 한다. 가짜 전문가가 아니라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요되어진 정답이 아니라 성경이 전해주고 있는 정답을 전해 줄 수 있는 목회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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