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경 읽으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치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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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경 읽으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치유해요”
  • 현승미
  • 승인 2009.07.2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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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한 마음 위로하고 돕는 ‘행복한독서치유학교’ 김 영 아 교장
“참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만남 가운데 그들의 아픔을 만나고 치유되지 않은 내 아픔과도 만나게 됐습니다. 그 아픔 속에서 때로는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조금씩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기도 했습니다.”

책 읽기를 통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행복한독서치유학교(www.happyhealing school.com) 김영아교장(복음선교성결교회).
그는 젊은 시절 뒤늦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남편의 뒷바라지와 가정 경제를 위해 아이들 논술교육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모습을 보면서 ‘책 읽기를 통한 치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들과 토론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그 속의 아픔을 알게 됐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조심스레 꺼내놓는 것을 보며 상담심리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남편의 공부도 끝나고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찾아갈 무렵 남편의 권유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대학원에서 새롭게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며 책을 통한 독서치료 영역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했지요.”

▲ 김영아 교수가 4년간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상처가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을 통해 어떻게 치유되는지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그는 독서치료의 기본원리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것, 카타르시스, 통찰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독서치료를 위한 최고의 필독서는 성경이라고 강조했다.

“성경의 인물들만큼 동일시를 경험하기 좋은 대상은 없습니다. 성경 속 인물들의 행적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게 하고 하나님의 동행하심과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그 안에서 가슴의 응어리를 깨는 정화를 느끼며 이를 통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경험하게 하지요.”

때문에 김영아교장은 교회학교 내에서 작은 셀 모임을 통해 독서토론을 하는 방법도 적극 추천했다. 실제로 교회학교 중고등부를 맡고 있을 때 로마서로 논술을 가르친 적도 있다. 아이들에게는 성경말씀은 물론 논술과 치유의 1석3조의 효과를 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독서치유는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상처받은 영혼은 누구나, 그리고 자신이 영적으로 건강하다고 믿고 있는 이들조차도 독서치료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바라보고 더 행복하고 나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게 돕는 것, 그것이 김영아교장이 열심을 내는 이유다.

“엄마를 폭행하고 가정을 늘 공포분위기로 몰아가던 아버지로 인해 힘들어하던 학생이 수업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하고, 이혼을 생각하며 상담을 청해 온 한 여성분이 강의를 듣고 몇 주 만에 자신의 행복을 전해오기도 합니다. 그 여학생은 지금 유니세프에서 열심히 봉사하며 자신의 삶을 헌신하고 있지요.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습니다.”

그는 독서치유 방법을 통해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했던 경험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그들을 또 다른 독서치유사로 세우기 위해 올해 초 행복한독서치유학교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건강한 정서발달과 학습 동기유발을 돕는다. 성인을 위해서는 내 안에 쌓인 억압, 불안과 잠재된 분노,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독서 치유 프로그램과 독서지도자 자격 취득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 치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곧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씨앗작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몫을 교회 안에서 해 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사실 독서치유의 가장 큰 수혜자는 김영아교장 본인이기도 하다.

태어난지 얼마 안돼 코에 염증이 생겼고, 그저 감기정도로 생각하고 방치한 탓에 코 안쪽이 모두 내려앉아 안면기형의 상처를 갖게 됐다. 뿐만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또 한 번 그에게 불행이 닥쳐왔다. 공부에 대한 욕심으로 경기도 문산에서 서울로 기차통학을 하던 중 기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게 됐다.

“제가 4남매 중 맏이였는데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 엄마가 하는 가게 일을 도와야했어요. 어려운 형편에 제가 가게를 보는 시간이 엄마가 유일하게 잠 잘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날 따라 종례시간에 선생님 말씀이 길어져 실내화바람으로 열심히 뛰어 막 출발하는 기차에 올라탔지만, 버티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지요.”

병원에서조차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그의 엄마는 간곡히 수술을 부탁했다. 척추를 하나하나 껴맞춰야 하는 대수술이었지만, 그는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하나님을 찾게 됐다.

“사고 직후 모포에 쌓여 용산철도병원 한 켠에 방치돼 있던 저를 엄마가 발견하고 의사한테 살려달라고 매달렸대요. 제가 살아난 것은 모두가 기적이라더군요. 병원에 누워 치료를 받으며 생각했습니다. 대체 이 하잘 것 없는 나를 누가 살려냈을까? 그때 어릴 적 부활절이면 찾아가 달걀을 얻어먹던 교회가 생각났습니다. 하나님이 떠올랐죠.”

퇴원 후 그는 제일 먼저 교회로 찾아갔다. 그러나 아무리 하나님을 의지해도 한창 꽃 피울 젊은 청년의 신체적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만 병원에 실려 간 것이 서른 번. 대학 때 한 번, 결혼 후 2번의 코 수술. 그 가운데에서 자신도 모르게 쌓인 열등감과 거절에 대한 불안이 내재돼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외면해 왔던 자신의 상처 역시 독서를 통해, 그리고 하나님을 통해 치유 받았다고 고백하는 김영아교장.

“건강한 자만이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남을 치유하는 과정에도 또다시 제가 치유 받는 과정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치유학교의 모토가 아픈 영·혼·육이 치유돼 건강하게 회복되는 것이지요.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돌아오도록 돕는 것입니다. 치유학교는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소명입니다.”

김교장의 또 하나의 소망은 개교회에서 ‘독서설교’의 노하우를 강의하는 것이다.

“교회가 제일 먼저 독서치료를 도입해야 합니다. 교회가 평일에는 빈 공간으로 있잖아요. 한 쪽에 북카페와 집단 상담실을 만들고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하면 지역사회에도 도움을 주고 교회정착 및 이미지재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일차적으로 성도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겠지요. 성경 속의 무수한 인물들을 통해 나만의 고통과 아픔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 누구에게나 있을 아픔과 고통이라는 객관화된 사실을 가지게 됩니다.”

한편 그는 지난 4년 동안 독서치료를 하는 중에 만난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 받는 과정을 담은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삼인)’를 펴냈다.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자신을 내보이고 변화돼 가는지를 자세히 기록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치유의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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