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대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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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대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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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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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목사<예장통합 기획국장>


5월은 여러 가지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등… 아름다운 관계들을 축복하는 날들이다. 계절도 아름답고 우리들이 가지는 관계들과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에너지가 넘치는 시간이다.

어린이들을 작은 사람들로, 한 명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하자는 것이 어린이날의 본래의 의미였다면 요즈음은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쩔쩔매며 시달리는 날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어버이날은 본래는 어머니 날 이었던 것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버이 날로 바뀌어졌고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기리던 원래의 뜻에서 약간씩 멀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스승의 날은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날이듯 싶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 뜻 그대로 스승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졸업이후에도 모교를 찾아 인사를 드리는 날이었다.

격동적인 청춘의 날을 지나며 때론 힘들고, 때론 아름다웠던 시간에 우리들과 함께 있어주고 길을 보여주시던 선생님들을 기억하고 그 은혜에 보답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이 지난 다음날 신문에는 “학원 선생님을 더 많이 찾아가는 스승의 날”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린 것을 보면서 씁쓸하다 못해 슬퍼지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요새는 학교의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기 보다는 학원의 선생님들을 찾아가는 일 더 많다는 것이다. 사교육의 폐해를 일일이 말하기도 벅찬 이때 이렇게 까지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가 하는 섬뜩한 자성의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기념일 본래의 의미를 되찾고 싶다. 선물로, 행사로 가득찬 그런 기념일이 아니라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어린 날, 어머니 날, 스승의 날을 되찾고 싶다. 원칙적인 기념일이 기리는 아름다운 인간관계들을 회복하고 싶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기까지 우리들의 여러 가지 법칙에 따르게 된다. 생명의 법칙, 사회생활의 법칙, 신앙의 법칙, 등등… 그러나 이런 모든 법질서보다 위에 자리해야할 것이 바로 사람다운 삶, 삶의 도리여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의 도리를 저버렸다” 등등의 속담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사람다운 삶,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따라야할 삶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지 말아라,” “가진 것을 서로 나누어 가지라,” 등등 예수께서 가르치신 황금률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치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이런 몇 가지 원칙만 잘 지킨다면 우리 사회와 교회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요즈음 한국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서 기독교인의 원칙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들이 신앙고백의 전통과 예전의 전통에 따라 조직 교회를 이루고 그 안에서 서로가 지켜야 할 원칙들을 정해 놓았다.

그 원칙들을 우리는 흔히 교회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정해놓은 원칙들을 무시하거나 깨는 일은 없는지 한번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혹은 깨뜨리지는 않는다고 해도 개인의 이해관계에 맞게 해석의 묘미를 살리는 일이 많이 있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다.

원칙이 있는 교회, 그 원칙이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살아 숨쉬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원칙을 되살리지 못했을 때, 스승의 날 엉뚱하게 학원 선생님을 찾는 학생들처럼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믿음의 대상을 잘못 찾아갈까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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