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교회 -“학원보다 친절하고 자세히 가르쳐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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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리교회 -“학원보다 친절하고 자세히 가르쳐줘요”
  • 승인 2002.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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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과 비슷해서 크게 어려운 것은 없어요. 특히 돈 부담도 없는 데다 선생님들께서 학원보다 잘 가르쳐 주셔서 너무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인재(13·내손초 6)는 교수가 꿈. 사업가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꿈이라는 영훈(13·남해초 6)이는 겨울방학을 맞아 서울 고모집에서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기 위해 멀리 경남 남해에서 상경했다. “학원 반편성고사를 치러가는 날 전단지를 받았어요. 강의비도 들지 않고 교회에서 배울 수 있어 즉시 발길을 돌려 이곳으로 왔어요”. 예은(13·여·내손초 6)이는 정해진 내용 외에는 설명을 잘 해주지 않는 학원과는 달리 항상 모든 질문에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한다.

오전 8시50분. 약 30여 명의 귀여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한 교회 본당에 모여 왁자지껄대고 있다. 이 곳은 경기도 의왕시 내손2동에 위치한 한우리교회(윤훈종 목사). 지난 7일부터 인근 지역 예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과학을 무료로 가르치는 ‘한우리교회 지역사회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방학이 끝날 때까지 매주 월∼금요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5명의 강사들이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강의한다.

오전 9시. 교회 2층 제1교육관에서는 A반의 수학수업이 시작됐다. 오늘의 강의는 ‘교집합’과 ‘합집합’에 대한 것. 교실 앞쪽에는 설명을 위한 화이트보드가 김치냉장고 위에 올려져 있는데 몇 자 적지 않아 다시 지우고 써야 할만큼 작다. 앞줄에는 4명의 여학생이, 뒷줄에는 3명의 남학생이 분단의 아픔(?)을 겪으며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의 숙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는 조길라(20·여·경원대 1) 선생님이 수학 담당이다.

문제의 답을 물을 때면 7명의 학생들이 서로 목청을 높여 대답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비상을 꿈꾸는 어린새들의 쫑알대는 모습 같았다. 고3 때부터 이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조 선생님은 “목사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면서 “수업을 통해 지식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지혜를 가르치고자 매일 기도로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3층. 제2교육관에서는 C반의 ‘과학’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빛’에 관한 것으로 빛의 굴절과 반사, 입사각, 반사각, 굴절각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이다. 여학생 2명과 남학생 7명. 화이트보드를 시커멓게 칠하고 있는 안해숙(22·여·건국대 1) 선생님은 현재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있다.

한참 설명을 하던 안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입사각이 클수록 굴절각도∼?” 대답은 아이들의 몫이다. “커져요∼” 그녀는 답을 모르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도록 ‘굴절각도’라고 질문을 한 것이다. 안선생님은 “학생들이 모두 착하다”면서 “이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임무(?)를 철저히 기억하고 있었다.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교실 뒷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몇 명의 학생들이 밀려들어왔다. 전시간 수업인 수학이 조금 빨리 마친 모양이다. “수업 아직 안끝났어. 나가 있어”라는 엄포에도 장난꾸러기들은 외투와 가방을 앉고 싶은 자리에 안전하게 놓고 나서야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달아나듯 교실을 빠져나갔다.

오전 11시. 오늘의 마지막 강의 시간이다. 수학, 과학 강의를 들은 A반이 마지막 코스인 영어를 배우기 위해 본당으로 내려왔다. 출석을 부르면 학생들은 “예”라고 대답하고 이에 조성수(48·전도사·Good News Education Institute 연구원) 선생님은 한명한명에게 “Thank you for coming”으로 사랑을 보낸다. 전도사이기 때문일까? 학생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쉽게 느낄수 있었다.

오늘의 강의는 ‘인칭대명사’와 ‘be동사’. 용신(13)이는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 놓은 영어 문장에서 2인칭 be동사와 틀린 단어를 잘 고쳐 선생님께 칭찬을, 친구들로부터는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호준(13)이는 어려운 문제를 만났다. 아직 설명하지 않은 3인칭 단수 현재형에 관한 문제다. 어려워 하고 있는 호준이를 보며 조 선생님은 친절하게 답을 가르쳐 주고 설명을 해주었고 호준이는 이제 확실히 안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머금었다. 따뜻한 선생님과 제자사이였다.

이때 갑자기 한 친구가 고개를 뒤로 돌려 본당 뒷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는 “에이 30분이나 남았잖아”라며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만히 앉아서 3시간 동안 강의를 듣는 게 만만치 않은가 보다. 왠지 그 모습이 밉지가 않았다. 오히려 정겹게 느껴져 옛생각을 더듬으며 웃음짓게 했다.

마지막으로 몇몇 학생들이 일어서서 영어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쑥쓰러워 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는 잠깐 고민을 하기도 하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수업을 마칠 때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 기분좋게 마무리를 했다. 박수가 끝나기 무섭게 과학과 수학 수업을 마친 친구들이 함성을 지르며 본당을 향해 달려왔다. 3시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인 30여 명의 학생들은 두 손을 모으고 마치는 기도를 했다. 조선생님은 “전체 학생 중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가 20% 가량 되는데 처음 며칠은 기도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함께 기도한다”며 “이 수업들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에 예수님이 깊이 자리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의 청소는 C반. 청소구역을 정해준 3명의 선생님은 손에 손을 잡고 기도를 함으로써 오늘의 강의를 최종적으로 마치게 된다.

이 모임에는 3명의 선생님 외에도 박요섭(Good News Education Institute 원장), 김소영(Good News Education Institute 연구원) 선생님이 함께 강의를 돕고 있다. 한우리교회 담임 목사이자 이 학교 교장인 윤훈종 목사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중심으로 무료로 강의, 학생들이 키우고 있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껏 도와주고 싶다”면서 “또한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교회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수업으로 인해 많은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들을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선생님들은 사무실에 모여 말 없이 각자의 작업에 착수한다. 조선생님은 수업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다정한 목소리로 다음 수업 참석 약속을 받고, 때로는 예수님을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조심스레 예배참석을 권유하기도. 조선생님은 말걸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열중, 입학 신청서를 정리하며 인원 재점검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런 일들을 끝으로 한우리교회 지역사회학교의 일과는 끝이남과 동시에 다음 수업시간을 준비한다.

이승국기자(sklee@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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