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무게가 있는 언론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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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무게가 있는 언론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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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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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목사<서초교회>


어느 동물원에 얼룩말이 있고, 얼룩말 앞에 어린 아이 셋이 서 있다. 한 어린이는 유럽에서 온 아이인데 백인 어린이이고 다른 아이는 미국에서 온 아이인데 흑인 어린이다. 그리고 세번째 아이는 우리나라 어린이다. 피부색이 서로 다른 어린이들 셋이서 동물원 얼룩말 앞에 선 것이다.

얼룩말을 보면서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저 말이 원래는 흰 말인데, 흰 말에다가 검은 줄을 그려 넣었나봐….” 그렇게 말한 아이는 백인 어린이이다.

그런데 다른 어린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저 말은 본래 검은 말인데 말이 잠잘 때 누가 흰줄을 그려 넣었을 거야.” 그 아이는 흑인 어린이다. 셋 중에서 우리나라 어린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무슨 이야기야. 저 말은 본래부터 흰 줄과 검은 줄이 섞여서 태어난 얼룩말인데….” 같은 얼룩말을 보면서도 아이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나름대로 해석한 것이다.

같은 얼룩말을 보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해도, 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지금 저 앞에 있는 말이 얼룩말이라는 사실만 인정한다면야…. 그 외에 조금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천천히 가르쳐도 될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는 갈릴리 호수가의 어부였다. 다소 성급하고 다혈질인 듯 한 사람이 바로 베드로다. 때로는 행동이 앞서는, 겟세마네 동산에서는 칼을 빼들고서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내리쳤던 그런 사람이 바로 베드로다.

십자가 전날 밤에 예수님께서 체포되실 때는 세 번씩이나 “나는 나사렛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던 사람이요, 이방인과 함께 앉은 식탁에서 어떤 잘못을 범했다가 사도 바울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는 어쩌면 아주 평범한 사람이 바로 베드로다.

그런 베드로가 로마 가톨릭교회의 제일대 교황이라고 한다. 베드로를 제일대 교황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다른 제자들보다는 베드로를 과도하게 높이는 것이 천주교의 가르침들이다. 그러니까 베드로의 여러 가지 약점에 대해서는 감추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로마 가톨릭교도가 아닌 우리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약점을 감추고 훌륭한 점만 내보인다 해서 사람들이 베드로를 더 존경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베드로의 부족한 점을 있는 그대로 가르치면서 그런 연약한 인간을 부르사 위대한 복음의 사도로 만드신 주님을 찬양하는, 그런 찬양이 바람직하다.

최근에 로마 가톨릭교회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났다. 그 분은 살아계실 때 한국의 천주교를 대표했던 분이다. 그런데 그 분이 세상을 떠난 후에 우리나라 언론들이 보도하는 내용들을 보면 좀 지나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의 신문이나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은 진실을 보도하기 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진실을 진실대로 보도하려는 열정보다는 어떤 흐름을 따라 가거나 만들어 가려는 의도가 엿보일 때가 많다. 로마 가톨릭교회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이다.

기독교의 성직자인 추기경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예수 그리스도와 비슷한 점 때문에 칭찬을 듣고 평가받는 일이 보다 더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추기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신앙이라는 측면보다는 세상적인 평가에 치우친 듯이 느껴지는 것은 좀 안타깝게 생각된다. 우리 사회의 언론과 여론이 깊이와 무게에 있어서 좀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유대인들의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재판소에서 판사들이 전원 일치로 어떤 극형을 판결했을 때 그게 전원일치라면 판결은 무효라는 것이다.

재판에 있어서는 반드시 다른 견해가 있어야 하는데 한쪽의 생각만 나타난 것이라면 그런 재판은 공정한 재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천주교의 추기경에 대한 언론 보도들은 전원일치 비슷한 보도였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고인이 된 성직자에게 예우를 갖춘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때를 따라서 어떤 흐름을 따라 가려고 애쓰는 듯 한 우리 언론들의 보도는 이제 좀 내적인 자신의 무게를 갖추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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