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떳떳하게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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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떳떳하게 나서라
  • 공종은
  • 승인 2009.02.17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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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의 개혁을 두고 교계가 술렁인다. “한기총이 개혁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막상 칼을 대자니 그 반발이 만만치 않고 칼을 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한기총 개혁을 두고 올해처럼 술렁이는 때가 없는 것 같다.

괴문서가 나돌고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의 실명이 거론되는 등 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한국교회살리기운동본부에서 알려드리는 말씀’으로 명기되기는 했지만 그 어디에도 실체는 없다. 괴문서는 대표회장 선거가 있기 전인 지난해 11월 처음 나 돈 이후 선거가 끝난 후 또 다시 나돌기 시작했다.

각 교단장과 총무들에게 배달된 괴문서는 벌써 5~6건. 핵심은 특정 인물에 대한 공격이다. 모두 12명이 언급됐다. 여러 명이 거론됐지만 말 그대로 들러리일 뿐 괴문서를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이 괴문서가 누구를 공격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뿌려진 것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개혁을 위해 특정 인물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XXX을 핥는다’, ‘돌XXX’, ‘노인네’, ‘알랑방귀’ 등 리얼하다 못해 저급하기까지 한 표현을 동원했다.

한기총의 개혁을 염원하는 사람 혹은 단체의 됨됨이가 이 정도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그러나 언급된 내용의 사실성 여부를 떠나 대표자의 이름도 밝히지 못하는 익명성에 기댄 채 숨어버린 이 단체와 인물에 대해 더 의심의 눈초리가 가는 것은 왜일까.

한편에서는 “대표회장을 돕기 위한 외부 조직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 교회의 미래와 한기총의 개혁을 간절히 염원한다면 떳떳하게 나서서 공개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여기서 대표회장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이 정도라면 이제 한기총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일부에서는 번번이 꺾이고 마는 개혁에의 의지가 이렇게 표출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좌절되는 개혁을 이루어가고 교단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몫은 대표회장의 능력이다.

그리고 번번이 좌절되는 개혁의 불씨를 다시 당기는 역할도, 그 깊은 논의를 실행하게 하는 것도 한기총 스스로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드시 대표회장이 있어야 한다.

한기총의 개혁이 시대적 요구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고 꼭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러나 숨어서, 저급하게 괴문서나 돌려서 특정 인물을 헐뜯으면서 밀어내려는 구상은 개혁에의 불씨를 단번에 꺼버리기에 충분한 구 시대적 발상이요 저급한 정치놀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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