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쳐도 악기 연주하며 이겨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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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쳐도 악기 연주하며 이겨낼거에요!”
  • 정재용
  • 승인 2009.01.1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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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바이러스로 어려움 극복하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올 겨울은 유난히도 사랑을 나누는 손길들이 많아 여기저기 따뜻한 소식들이 풍성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새해가 밝고 겨울의 막바지가 다가오니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돕자는 목소리들도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따뜻했던 손길에 감사하며 이번 겨울을 지낸 사람들은 그런 감동을 다시 느끼기 위해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차가운 길 위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자부터 물이 없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까지 궁핍한 삶들은 눈에 들어오지가 않고 풍족하지 못하다고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하는 아이러니한 모습들도 만연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지구촌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때가 작은 것에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나눠야 할 때가 아닐까. 더불어 사는 지구촌, 더불어 사는 한국은 아마도 1년 365일을 겨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1년 365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넘쳐날 때 실현 가능할 것이다.
2009년을 시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들이 더 이상 추운 겨울에만 펼쳐지는 이벤트가 되지 않고 우리 삶의 일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365일 사랑을 나누는 현장의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

하얀 티셔츠를 입고 하얀 장갑을 낀 30명의 어린이들이 ‘거위의 꿈’이라는 대중가요에 맞춰 수화와 합창으로 ‘자신이 꾸고 있는 꿈을 이루는 때를 지켜봐달라’고 노래한다. 또 그 노래를 듣고 있는 같은 또래 230여명의 어린이들도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같은 생각 같은 다짐을 하고 있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대표:이경림)가 지난 9일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개최한 ‘우리 동네 베토벤바이러스를 찾아서’ 발대식에 모인 261명의 어린이들에게는 이 날이 아주 특별한 날이다. 33개 지역 차상위 계층의 어린이들과 한 부모 가정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무료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베토벤 바이러스 프로젝트’에 선발됐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아이들인데, 또 이미 성탄절에 산타할아버지도 다녀가셨건만 자기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악기 친구가 생긴다고 생각하니 올 겨울 최고의 선물이라며 기대에 가득 찬 모습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베토벤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들로 이 아이들의 2009년이 시작됐다.

“어린이 여러분! 앞으로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닥칠 때마다 음악을 통해서 이겨내세요. 음악을 아는 것도 좋고, 듣는 것도 좋지만 지금 이 자리에 함께 한 어린이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하며 어려운 일들을 모두 이겨내세요.” 후원인 자격으로 참석한 박주현변호사(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는 베토벤바이러스 프로젝트의 출발을 축하하며 힘들고 외로울 때 음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동안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 센터 공부방에서 1년 365일 공부만 했어야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피아노학원, 태권도학원은 꿈도 꾸지 못했던 아이들. 보기만 해도 비싸 보이는 수십만 원의 악기를 연주하게 된다고 하니 자연히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힘이 솟아날 것이다.

 
트럼펫, 클라리넷, 플룻, 트럼본, 섹소폰 등 번쩍번쩍한 새 악기들이 무상으로 제공되고, 각 악기별로 26명의 전문 레슨강사들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며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해나가자고 지원하고 나섰다.

트럼펫 강사 최호진씨는 “다른 어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선생님으로서 더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될 것”이라며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가르쳐서 아이들이 반듯하게 성장해준다면 지금보다 10년 후에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후원자들과 선생님들이 기대가 크지만 아이들의 기대와 포부는 그 이상이었다. 각 센터의 어린이 대표 7명이 악기를 배우게 된 것에 감사한다며 최선을 다해 배우겠다고 선서를 한다. 그리고 후원자들과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선생님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던 악기들을 두 손에 안겨주는 순간 선생님과 아이들은 서로 너무나 행복해한다. 261명 아이들의 베토벤바이러스의 꿈은 이렇게 시작됐다. 소박하지만 그들에겐 소박하지 않은 그런 꿈들로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 하은주양(가명)은 “악기를 연주하는 기회가 나에게 오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었다”며 “열심히 연습을 해서 빠른 시일 안에 멋있는 연주를 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한껏 부푼 마음을 전했다.

초등학교 6학년 김민준군(가명)은 “음표도 볼 줄 모르고 공부도 잘 못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배워서 사람들에게 멋진 음악을 연주해주고 싶다”며 세상 사람들 눈에 친구들보다 뒤에 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새로운 도전으로 조금 더 멋진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이경현군(가명)은 “3년 전에 아빠를 떠나보내고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 살고 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연주를 하며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가난해서 펼치지 못했던 꿈. 다른 친구들보다 한걸음 뒤에서 걸어가야 했던 서러움. 아빠를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고 엄마와 동생을 지켜야 했던 어려질 수 없는 아이의 마음까지도 베토벤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모두 떨쳐버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베토벤바이러스 프로젝트가 이들에게는 각자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의 통로인 것이다.

오는 10월 베바 프로젝트의 첫 결실인 1회 콘서트를 열기로 약속하고 악기를 배우게 되는 아이들 뒤에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후원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베바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에 사는 익명의 여성 독지가가 ‘음악을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이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7억원을 기부해 고가의 악기들을 마련할 수 있었고, 261명의 어린이들에게 교육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러나지 않아도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랑 나눔. 그 사랑의 크기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크지 않아도 받는 사람들에게는 클 것이고 더불어 사는 삶의 시작이 더 큰 사랑의 바이러스로 번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경림 대표는 “우리 아이들의 각박한 마음들이 음악을 통해 치유 받고 자존감이 높아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도전의식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린이 여러분! 힘들고 어려워도 열심히 살 수 있죠? 약속할 수 있죠?”

“네~”

가난하기 때문에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는 이미 베토벤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새로운 도전, 기쁨, 행복을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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