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이냐 뇌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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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이냐 뇌물이냐
  • 승인 2001.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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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선교지에서 얻은 교훈이다. 현지를 방문한 성도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될까 싶어 마닐라 근교의 2대 관광지인 박상한과 따가이따이를 관광했다. 안내자는 사전에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한 후 팁에 대해서 말했다. 이미 관광요금에 다 들어있으니 팁은 줄 필요가 없으며 정 마음에 감동되면 1달라정도 가볍게 주라는 것이다.

조금 후 우리는 박상한에서 2명 1개조가 되어 보트를 탔다. 한 보트에는 앞과 뒤에 1명씩 2명이 보트를 젓는 현지인이 있다. 아름다운 정경을 누비면서 절벽으로 솟아오른 양산 사이의 계곡 물살을 타면서 올라갔다. 조금 후 물살이 급해지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작은 바위들로 보기만해도 위험스럽다.

여기서는 노가 필요없다. 앞에서는 끌고 뒤에서는 밀어야 하는 필사적인 고투(苦鬪)이다. 만일 배를 놓치는 날에는 탄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참으로 고마왔다. 지쳐서 헐떡거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팁을 주고 싶은 충동이 온다. 그래서 올라가서 주고 내릴 때도 또 주었다. 다음날은 어느 한 곳을 갔을 때 일이다. 말을 타고 산에 오르는 코스가 있었다. 일행은 서툴고 힘들고 무섭기도 했으나 70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탔다. 하지만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급경사를 오를 때는 말도 마부도 헐떡거리며 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팁을 또 주어야지 기왕이면 더 주어야지라고 이미 마음에 결정을 했다.

올라가서 정상에서 주고 또 내려와서도 주었다. 문제는 팁은 주지 않아도 되며 주게될 때는 적게 주라는 안내자의 말과 주고싶은 사람의 마음 차이다. 호텔같은 곳에서도 팁은 주어야 한다. 문제는 얼마를 주어야 하는 가이다. 규정이냐 마음이냐. 뇌물인가 감사의 표시인가. 필리핀의 고민은 오늘 우리사회의 뇌물성 비리와도 연결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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