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원주민, 한 단계 더 성숙해져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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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원주민, 한 단계 더 성숙해져야 할 때"
  • 정재용
  • 승인 2008.10.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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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윤리 확립과 공동체의식 함양 시급
▲ 청소년단체들은 청소년 스스로가 변화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연일 이어지는 자살 소식과 청소년들의 모방 범죄를 두고 ‘디지털원주민’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원주민’은 컴퓨터와 휴대폰 등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세대를 흔히 일컫는 말로 그들이 상주하는 인터넷문화에 심각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곳곳에서 경고하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0세미만 디지털원주민의 규모는 이미 2천만 명을 뛰어넘었으며 총인구의 4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인터넷문화교육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지난 16일 서울YMCA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도 디지털 기술 발달의 이면에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위한 대안과 우리사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지금 일고 있는 이 사회적 혼란이 디지털원주민들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비디지털세대와 디지털세대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떤 한 세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우월하거나 틀리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일 뿐입니다. 자신의 기준이나 방식을 강요하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아우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난 16일 서울YMCA에서 열린 ‘창립105주년 기념 청소년상 심포지엄’에서 발제에 나선 전명기부장(한국청소년진흥센터 활동지원부)은 디지털원주민으로 지칭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상호간의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성세대가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가치관을 교육하기 이전에 청소년 세대의 문화가 가치관을 인정하고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개인주의적 소통세대

이에 앞서 전명기부장은 ‘청소년들은 왜 인터넷에 빠져드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웹2.0 세대의 특징은 간과하고 철없는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보고 촛불집회에 몰려나오는 정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웹2.0 세대의 청소년들을 그냥 어린 아이들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현 시대 청소년들의 특징에 대해서 전하며 웹2.0 세대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첫째,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자기의 주장을 발산하는 2.0 세대, 디지털원주민 세대들은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둘째로 모바일과 인터넷을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삼은 이른바 ‘디지털 유목민’의 성향을 띄고 있음도 강조했다.

이동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보이지 않는 자신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자아실현을 소중히 여기는 ‘탈물질주의 가치’의 세대임을 전했다. 물질보다는 가치관을 이뤄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더 큰 만족을 느끼는 세대라는 것.

 

# 변화 수용은 필연

전부장은 청소년들의 이러한 특징들은 통신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나타나는 현상임을 설명하며 새로운 미디어 문화와 사회적 변화에 대한 빠른 대처가 절실함을 역설했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마음대로 인터넷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시대. 하지만 전명기부장은 접근의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해주고 있다는 편리함 뒤에는 자신이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접근될 가능성과 익명성을 이유로 고립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 경각심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자료를 인용한 그는 “디지털원주민으로 분류되는 미국의 대학교 졸업자들이 살아오면서 20만개 이상의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50만개 이상의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며 “인터넷 산업이 더 빠르게 발달되고 확산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 수치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제 디지털원주민들의 인터넷문화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 환경개선이 우선

전명기부장은 이러한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으로 ‘디지털원주민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원주민을 위한 청소년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선 ▲다양한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를 원하는 세대 ▲신속한 반응을 추구하는 세대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세대 ▲도전적이고 재미가 있을 때 몰입해버리는 세대 등 디지털원주민 청소년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들의 환경을 개선해주는 일이 우리사회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그 첫 번째 역할로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신념 강화를 꼽았다.

이는 단지 청소년 세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살률 1위에 오른 우리나라의 문제로 부각됐다. 자기 자신의 존엄성은 물론 동시에 타인의 존엄성도 존중할 수 있는 자세와 인터넷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공동체의식의 함양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군중화’ 돼가는 동시에 ‘광역화’ 되는 새로운 네트워크 공동체는 오프라인에서의 공동체 의식과 동일하게 발달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또 현재 사회적 혼란을 바라보며 공동체운명임을 체감하고 정보격차, 빈부격차, 권력집중 등 정보사회의 역기능에 대한 문제의식과 성숙한 공동대응이 있어야 할 것도 강조했다.

정보기술 활용능력의 개발도 시급성도 언급됐다.

범람하는 정보들과 급변하는 상황들을 단신 습득만 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주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창조력 개발도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끝으로 청소년들의 인터넷문화가 창의성을 함양한 새로운 문화로 재생산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장점 살려 역량 극대화

청소년단체들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전명기부장은 “청소년단체들은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주체적인 행위자는 청소년들임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역할로는 ▲권리와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의 기회를 제공할 것 ▲변화에 대응하고 변화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주5일제에 따른 여가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학습과 체험이 연계되는 기회를 확대할 것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기회의 부여 등을 제시했다.

이는 비디지털세대가 유비쿼터스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원주민’의 단점만을 지적하고 강압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대치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려 그들의 역량을 극대화 시켜주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사이버 시민성을 향한 민주시민교육’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임상수교수(경인교육대학교)는 “사이버공간에서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가지게 된 청소년들은 성인들과 대등하게 의사를 표출하게 됐다”며 “새로운 형태의 자유와 평등은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따라오기에 청소년들에게 정보윤리교육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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