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선배들의 순교적 신앙을 신학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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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선배들의 순교적 신앙을 신학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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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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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태교수<민족문제연구소>


오늘날 기독교인, 비기독교인을 막론하고 일제의 강요에 굴복하여 행한 신사참배를 올바른 선택이요 행위였다고 변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은 신사참배를 강요당하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당시에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끝까지 저항하다가 순교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잘못된 행위임을 알면서도 굴복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문제는 일제 말기에 신사참배에 굴복했던 사람들만이 교회를 지도했고, 그 지도력이 해방 후까지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교회는 그동안 몇 차례 참회의 기회가 있었고, 장로회 총회에서 실제로 몇 차례 신사참배 결의를 취소하는 결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부분적이었고, 진정한 참회의 열매를 맺지 못했다. 우리가 먼저 신사참배문제를 논할 때 흑백논리에 치우쳐서 단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은 흑백논리로 재단할 수 없는 측면이 많다. 신사참배 문제에서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거부자와 순응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거부자 가운데서도 나서서 거부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교회를 떠나 숨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순응자들 가운데서도 겉으로는 순응하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일제의 패망을 위해 기도하던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면 김재준 목사와 함태영 목사 같은 경우 남산 조선신궁에 올라가 “어서 속히 이 남산에서 일본놈의 귀신을 쫓아버리고 여기에 예배당이 서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어서 속히 독립되게 하소서.”하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물론 순교자도 있는 데 이런 태도가 올바르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이었고, 여러 가지 대응 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방 후에 일제에 협력한 혐의가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참회와 고백의 대상에 관한 것이 기독교인이라면 참회와 고백의 대상이 하나님이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대상이 하나님 한분 만이라면, 이미 신사참배를 하던 당시나 해방 직후에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은밀한 골방에 들어가서 개인적으로 해도 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우리 민족에 대한 잘못이고, 세상에 공개적으로 잘못을 사죄하고 반성해야 할 문제다. 더욱이 당시의 교회는 신사참배뿐만 아니라, 일제의 침략 전쟁에 협력했다. 이런 모든 것을 포함하여 우리 민족과 하나님께 죄책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로서 삭개오가 회개한 후에 내가 토색한 것이 있으면 네 배로 갚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 민족을 위해서 그런 잘못을 보상할만한 실천을 했어야 마땅하다.

일본교회나 독일교회의 죄책고백의 의미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에도 한계가 있고 반성해야 할 점이 없지 않다. 물론 이런 것들을 우리가 참고로 해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본받아야 할 모델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교회가 신학에서는 뒤질지 모르지만, 신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교회의 신앙을 신학화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교회가 천황제 국가에 저항하다가 수십명이 순교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독일교회가 나치에 저항하다가 수십명이 순교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 한국교회는 물론 신사참배에 굴복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하기도 했지만, 거기에 저항하여 수십명의 순교자를 배출했다. 한국교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사에서도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신학화하여 적극적으로 세계 교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우리 신앙 선배들의 순교적 신앙을 신학화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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