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연합운동 달라진게 없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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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연합운동 달라진게 없다(상)
  • 승인 200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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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단이 연합운동 주도… 중소교단 상대적 소외감

연합기관장 선출문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연합기관이란 한국 기독교가 당면한 문제를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하거나 치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는 현상들은 공동의 노력으로 대 사회 복음전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특히 기독교가 갖는 권위와 명예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연합기관의 기본 정신은 ‘합의’와 ‘양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일부 교단의 독주보다 한국 교회 ‘전체의 한걸음’에 비중을 두는 것이 연합정신이다. 하지만 최근 연합기관장 인선문제와 관련해 보이는 모습은 합의와 양보과정이 철저히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 ‘합의’란 일치와 연합에 대한 동의를 뜻한다. 또 ‘양보’란 일치와 연합을 위해 진행되는 과정에서 ‘힘’과 ‘돈’을 주도권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각서다. 만약 양보가 없으면 대형 교회, 즉 힘과 돈이 풍부한 대형 교단이 연합운동을 주도, 상대적으로 약한 교회들이 소외를 당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직을 맡은 교단은 예장 합동측. 2000년 장로교대회를 치루기 위해 대교단 총회장을 회장으로 선출한 것인데 각종 세미나와 9월 장로교 총회 공동개회예배를 치루는 등의 족적을 남겼다. 당시 원래 대표회장직을 맡을 교단은 대신측이었다. 큰 행사에 필요한 인원·물질동원이 절실했기에 양해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듬해 한장연 대표회장직은 당연히 예장 대신측 몫. 원칙대로 대신측 총회장이 대표회장직을 맡았으나 기대했던 2차 장로교 총회 공동 개회예배는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벤트의 하나였던 것이다. 중·소형 교단이 대표직을 맡은 상황에서 대교단의 협조가 없었던 것이다. 직책을 맡고 맡지 않고에 따라 협력의 강도가 달라진 셈이다. 교단 순번제로 이루어지는 연합기관 임원직이 ‘프로그램 주도권’과 맞물려 파행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연합기관 인선작업과 관련, 예장 통합총회가 각 기관에 적극적 진출을 강구 중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자리를 확정한 예장통합 총회는 다음달 대표회장을 인선할 예정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김기수·박종순 목사 두 명을 물망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독교방송 사장 후보에도 고무송 현 기독공보사 사장을 추천한 상태다. 특정 교단이 여러 기관장 자리를 동시에 확보한다면 한차례 갈등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한국 교회 연합과 협력의 전형이 되고 있는 부활절연합예배에서도 예장 통합총회 최병두 총회장이 대회장을 맡아 이같은 우려가 더 커진다. 큰 행사를 앞두고 이를 치루기 위한 인적 물적 지원은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것을 빌미로 임원 자리를 독식하거나 내주는 일은 원활한 교회의 선교활동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최근 들어 교단 통합이 눈에 띠게 늘어가고 있다. 예장개혁총회가 8개 교단 통합으로 인해 5천여교회를 가진 대형 교단으로 둔갑하더니 불과 1년 반만에 사분오열, 한국 교회사에 오점을 남겼다. 애초 예장개혁총회 소속이던 교회들까지 겹겹이 분열되는 파국을 맞았다. 신학교 지분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출과 관련해서 교단이 대표직을 놓고 총회 당일 실랑이를 보여 연합운동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가중시켰다. 연합정신의 두 축인 ‘합의’와 ‘양보’, 특히 이 가운데 양해와 양보의 미덕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윤영호차장(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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