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에 대한 재고(再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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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에 대한 재고(再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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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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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호목사<한시미션>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말로 ‘삶’을 정의할 수 있겠지만, 결국 동일하게 주어진 24시간 동안, 모든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고, 먹고, 입고, 일하고, 다시 잠자고 깨는 일을 반복하며 지낸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하는 데에는 크고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침 일찍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밥을 먹고 옷을 입는 데에도 힘과 노력이 필요하며, 일하고 공부하는 데에 노력을 쏟아야 함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덤에 누워있는 사람과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의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지금 노력하고 있는가?’의 차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우리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께서도 일하고 노력하신다.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라. 요즘 온 사방에서 연둣빛 새싹들이 돋아나고, 꽃망울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봄의 향연이 벌어진 풍경들을 보며 우리의 마음까지도 봄빛으로 설레고 있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이 땅의 사계절을 운행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고, 이 봄날에 꽃이 피고 풀이 돋는 이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일하심의 결과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나님의 노력으로 꽃이 피어난다. 하나님의 일하심으로 새들이 하늘을 난다. 하나님의 돌보심으로 우리가 살고 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이 땅에 오셔서 많은 땀을 흘리시며 수고하시는 가운데 사람 사랑의 사역을 감당하셨고, 그분의 십자가 역시 노력과 희생의 결과물이었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빌 2:8)하신 예수님의 노력 때문에 우리가 영생의 구원을 얻게 된 것이다.

노력 없이는 결과도 없다. 땀 흘리지 않고는 기대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하나님도 일하시고, 예수님도 일하신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도 수고와 노력이 있어야 함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삶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과도 아무런 갈등 없이 어울림이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는 ‘은혜’라는 말의 의미를 종종 오해하곤 한다. 노력은 조금 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노력에 비해서 훨씬 더 큰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될 때, “하나님의 은혜예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더 나아가 자랑스럽게 하곤 한다. 남들이 5시간 공부할 때, 난 1시간 공부했는데, 내가 더 좋은 점수를 받으면 ‘은혜 받은’ 것이다. 남들 사업은 다 안 되어도, 과정이야 어찌됐든 내 사업이 번창하면 ‘은혜 받은’ 것이다. 언젠가부터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이 노력보다 더 큰 성과를 기대하는 말, 뜻밖의 횡재를 일컫는 말쯤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창 6:8)라는 구절과 그 배경이 되는 말씀들을 ‘통’으로 살펴보면,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노아가 흘린 무수한 땀방울들을 만나게 된다. 그 큰 방주를 짓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나르는 일, 가족들의 식량과 동물들의 먹이를 모으는 일, 동물들을 배에 태우는 일, 배 안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일 등, 노아가 ‘여호와께 은혜를 입은 자’로서 감당했던 일들은 실로 셀 수 없이 많았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 입은 자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어디 노아뿐이겠는가.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었고, 그들은 모두 당시 삶의 현장 속에서 노력하고 수고하며 하나님과 이웃의 기쁨이 되기 위해 몸부림 친 사람들이었다. 사도 바울만 생각해봐도, 그가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았는지 성경은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그런 바울의 삶의 단면들을 살피면서, 우리는 그가 하나님의 은혜를 못 받은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결코 그럴 수 없다. 그는 그 많은 고난 중에 살면서도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후 2:9)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감사하였던 사람이다. ‘은혜’의 진정한 의미는 성경 안에서, 성경을 ‘통(通)’으로, 전체로 보았을 때, 제대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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