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특별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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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특별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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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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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독자들이 이 글을 받아볼 때쯤이면 또 한 번의 폭풍 같았던 총선이 지난 이후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글을 쓰는 시점은 선거일 전이기에 무어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 기간 동안 느끼는 것은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루했던 공천과정이 있었고 탈락한 사람들이 무소속으로 또는 ‘친박연대’라는 특이한 이름의 정당으로 나타나 찻잔 속의 폭풍을 만들기는 했지만 역시 먼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인지라 특별한 느낌을 사람들에게 주지는 못한 것 같다.

이러한 결과인지 필자가 있는 지역구에서는 단지 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고 주민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너무나도 조용한 분위기가 의심스러워서 선거 포스터를 확인했는데 유력 정당 두 군데를 빼고는 한 곳은 평범치 않은 정당의 후보였고 한 곳은 평화통일가정당의 후보였다.

결국 유력한 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특별히 그들이 주장하는 바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일지 않았다. 아마 이러한 마음이 특별한 몇몇 곳들을 빼고는 다들 비슷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적 이슈도 없고 지역주의에 의해서 당선이 정해진 곳들을 빼면 흥행의 재미를 만들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이나 하듯이 뉴스에 나타나는 선거 참여 의사율이 겨우 50%를 넘어서고 있다. 아마 다들 이 재미없는 선거에 대해서 흥미를 잃었거나 그렇고 그런 정치인들의 놀음에 식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민들의 참여의식이 떨어지는 걱정스러운 상황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아마 이런 것이 결국 한국 사회가 발전해 가면서 치러야할 대가일지 모른다. 다른 선진국들을 보아도 투표율이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을 볼 때 정치가 이제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재미없는 선거에서 한국교회만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심을 이끌어 낸 것은 통일교가 평화통일가정당이라는 것을 만들어 전국 245개 지역구에서 후보를 냈다는 것이다. 245개 지역구는 전국 전체 지역구의 숫자로 평화통일가정당이 유일하게 전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243개이고, 민주당의 경우는 188개로 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런데 신생당이면서 전혀 정치적 활동이 없었던 통일교의 당에서 245개 전 지역구에 후보를 냈으니 교인들의 마음을 자극할 만하다. 더군다나 TV 뉴스의 지역구 소개를 보면 평화통일가정당의 후보가 자주 나오고 있으니 통일교의 실상을 아는 우리로서는 반감에 의해서이기는 하지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기독사랑실천당의 출현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여 참패를 했지만 이번에는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좀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순절 계통의 대형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사뭇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러한 재밌는 상황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즉, 한국 사회는 이번 총선에 대해서 흥미를 잃었는데 한국교회만이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는 것의 결과와 파장이 궁금한 것이다. 이 기독사랑실천당의 출현은 지난 사학법 저지운동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당시 교계의 지도자들은 당론을 핑계 대며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은 기독 의원들에게 섭섭함을 느꼈던 같고 그것은 결국 우리의 힘으로 정치에 나서야 할 당위를 제공해 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선교라는 것으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내 것은 내 힘으로 챙기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얼마 전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조사에 보면 시민사회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종교로 보이는 것은 천주교(53.7%)이고 그 뒤를 차이를 두고 개신교(37.0%)와 불교(13.0%)가 따르고 있는데, 정치 권력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되는 종교로 보이는 것은 개신교가 47%로 천주교(30.9%)나 불교(20.4%)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개신교는 풀뿌리 정치에서는 약하고 권력 친화적인 종교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조사는 분명 지금 한국 사회에서 바라보는 교회의 모습과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다고 보인다.

이번 총선의 과정에서 다시금 현대 사회에서 교회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 하고 연약한 자들에 대한 배려를 만들어 가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에서 겸손히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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