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동 각처로 갈찌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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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동 각처로 갈찌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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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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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재목사<우리들교회>


1990년, 아직 개방이 되지 않았을 때 중국을 방문했었다. 전화도 없는 곳에서 집집을 다니며 말씀을 전하는데 어떻게들 연통을 하는지 매일 장소가 바뀌어도 사람이 모여들었다.

교통수단도 변변치 않아 모두 10 리, 20 리를 걸어서 모인 사람들이다. 그래도 늦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성경공부를 하는데 오래 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 밤 11시 집회를 마치고 숙소로 가면 “우리는 멀리서 서른 시간이 걸려 왔기 때문에 잘 시간이 아깝다. 잠이 안 온다. 숙소에 같이 가서 말씀을 더 들어도 되느냐”고 나를 찾아왔다.

밥이라도 제대로 먹었겠는가. 밥도 아닌 고구마, 옥수수 삶은 것을 식사로 주는데 시간을 아끼기 위해 손에 고구마를 들고 먹어가면서 집회를 했다. 당시 그 환경에서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철밥통’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철로 된 밥통에 배급을 받아 연명하는 사람들이 그 철밥통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믿으니 그 열심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

“이 후에 주께서 달리 칠십인을 세우사 친히 가시려는 각동 각처로 둘씩 앞서 보내시며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군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군들을 보내어 주소서 하라”(눅 10:1~2).

공생애 6개월을 남겨두고, 예수님은 미움 받는 사마리아, 멸시 받는 갈릴리, 무시당하는 베뢰아, 요단 저편, 소외된 땅들을 찾아가신다. 예수께서 ‘친히 가시려는 각동 각처’는 그렇게 무시 받고 힘든 땅이다.

나에게 선한 것이 없음에도 목회를 하면서 힘든 사람들을 만나고 찾아가게 된 것은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사마리아, 갈릴리, 베뢰아에 속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성경을 많이 안다는 유대인, 서기관들은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까지도 말을 안 들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만났던 분들, 재수생 아이들, 빚지고 환난 당한 자들은 추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전하는 대로 말씀을 받아들이고 은혜를 받는다.

교양, 지위 좋아할 것 없다. 100년 전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백정, 노비, 기생…. 이런 사람들 전도하느라고 얼마나 속이 터졌겠는가.

그러나 이 땅에서 낮고 천한 사람들이었기에 저절로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게 되고 복음을 받아들였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복음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안 받아들이는 사람들 찾아다니면서 힘 빼지 말고 힘든 사람, 무시 받는 사람에게 가서 그들의 갈급함이 예수 그리스도로 해결 받도록, 거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 

“갈찌어다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어린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눅 10:3). 

‘갈찌어다’는 권고가 아니라 명령이다. 중국 뿐 아니라 같은 민족인 북한, 아랍 지역 모두가 영적으로 열악하고 힘든 곳이다. 내 나라에서도 열악한 곳에는 가기 싫은데 남의 나라, 특별히 힘든 지역으로 복음을 전하러 간다는 것은 하나님의 소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소명은 목사, 선교사,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믿는 나, 말씀을 보는 나, 기도하는 나에게 주신 부르심이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30대부터 선교헌금을 드렸다. 선교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남편 한 사람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던 때인데 그저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해서 아낌없이 드렸다. 내 열심으로 앞서가지 않고 그 환경에 순종하여 시간과 물질을 드리고 기도했더니 점점 지경이 넓어졌고, 이제는 교회를 통해 세계 선교에 동참하게 되었다.

오늘 주님께서 ‘갈찌어다’ 하시는 그곳이 어디인가. 멀리 중국, 아프리카가 아니어도 좋다. 말이 통하지 않는 배우자, 힘든 시댁, 너무 가난하고 초라해서 외면하고 싶은 형제, 친척. 그들을 찾아가는 것이 이리 가운데 가는 것과 같을지라도 주님이 가라고 하신 곳이기에 주님이 책임지신다.

내가 가기로 결단하고 기도만 해도 주님께서 모든 것을 예비하신다. 내 힘으로는 찾아가기 힘든 그곳, 열악하고 무시 받는 환경, 소외된 그곳에서 주님의 열매를 거두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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