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도 아까운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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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도 아까운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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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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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재목사<우리들교회>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부터 이삭의 출생, 야곱의 방황, 눈물로 침상을 적신 다윗과 예수님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성경의 역사 배후에는 늘 고난의 사건이 있다.

여인이 낳은 자중에 가장 큰 자라고 하신 세례 요한의 탄생도 힘든 기다림과 수치의 사건을 통해 이루어졌다.

세례 요한의 부모인 사가랴와 엘리사벳은 ‘하나님 앞에 의인’(눅1:6)이라고 할 정도로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아버지 사가랴는 유대 사회의 지도자인 제사장이었다. 당시 유대인들은 자식이 없는 것을 저주로 생각했기 때문에 제사장으로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자기 직분을 물려줄 아들도 없이, 날마다 성전에서 남의 자식들을 축복하고 있으려니 사가랴가 얼마나 속이 탔겠는가. 

그런데 그토록 힘든 기다림 끝에 하나님께서 아들 요한을 허락하셨다. 주의 천사를 보내셔서 ‘네 아들이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많은 사람을 하나님 앞에 돌아오게 하리라’(눅1:15~16)고 엄청난 약속을 주셨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이 아이가 장차 어찌 될꼬’(눅1:66)하며 기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나이 많아 얻은 자식인데다가 하나님의 약속까지 받았으니 아들 요한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역경에 처한 사람에게는 기대만이 약(藥)”이라고 했다.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났으면 못난 대로 부모는 ‘이 아이가 장차 어찌 될꼬’ 기대하면서 자식을 쳐다본다. 잘난 자식에게는 “네가 엄마 아빠의 소원을 이뤄야 된다”면서 기대하고, 못난 자식에게는 “넌 장차 뭐가 될래. 군대나 가라. 시집이나 가라”고 하면서 조용히 살아주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사가랴가 요한에게 가진 기대는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것이다. 아들 요한이 우리 집안을 위해, 나를 위해 주신 자식이 아니라 주의 일을 위해 보내신 자식임을 알고 그것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래서 보기에도 아까운 아들이지만 아이가 자라며 심령이 강하여지며 이스라엘에게 나타나는 날까지 빈들의 훈련을 받게 했다.(눅1:80)

수능시험을 치르고 입시철을 보내는 수험생과 부모들에게 이 겨울은 잊지 못할 빈들의 훈련이 될 것이다.

빚을 져서라도 학원비, 과외비로 돈을 투자하고, 아침저녁으로 자가용 태워 다니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스트레스 받을까봐 말도 제대로 못 붙이면서 나의 인내를 투자하고… 그동안 기대하고 투자한 만큼 두렵고 떨리는 시간일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이 기간이 부디 인간적인 기대와 투자의 결과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는 자녀를 통해 내 욕심과 기대를 버리는 것이 빈들의 훈련이다.

자녀는 부모의 뒷바라지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이 내 장래를 보장하신다는 걸 깨닫는 것이 빈들의 훈련이 될 것이다.

그러니 자녀가 속을 썩이는 가정일수록 최고의 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가출을 하고, 학교로 경찰서로 불려 다니는 자녀를 보면서 명문대학이고 뭐고 상관없이 “저 아이가 예수님만 믿었으면”하고 저절로 하나님의 기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아이여 네가 지극히 높으신 이의 선지자라 일컬음을 받고 주 앞에 앞서 가서 그 길을 예비하여 주의 백성에게 그 죄 사함으로 말미암는 구원을 알게 하리니 이는 우리 하나님의 긍휼을 인함이라” (눅 1:76~78)

자녀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속에서, 하나님의 기대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효도를 하건 매일 속만 썩이건 하나님은 ‘종신토록 주의 앞에서 성결과 의로 두려움이 없이 섬기게’(눅1:75) 하시는 사명을 자녀와 우리에게 주셨다.

우리 집안이 대단하고 자녀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로 인하여 나와 내 자녀를 통해 그 사명을 이루신다. 믿음으로 “이 아이가 장차 어찌 될꼬” 바라보며 입시생의 빈들, 학부모의 빈들 훈련을 잘 받을 때 대학에 붙고 떨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계획이 내 자녀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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