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 특정 후보 지지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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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들, 특정 후보 지지에 올인
  • 공종은
  • 승인 2007.11.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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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 분리 이젠 옛말 ‘정치 과잉’

대선 앞두고 설교시간에 후보 지지 노골화


한국교회언론회(대표:박봉상 목사·이하 교회언론회)가 대선과 관련한 종교계의 중립 선언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일부 목회자들의 노골적인 특정 후보 지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교회언론회는 “종교가 현실 정치에 초연하지 못해 정치적인 과오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말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종교 간의 후보자에 대한 호(好) 불호(不好)를 드러내게 되면, 자칫 어렵게 지켜온 종교 간의 화해와 일치는 깨어지고 종교 간의 대립 양상을 가져오진 않을까 염려된다”면서 “이념 간의 갈등보다 종교 간의 갈등이 더 큰 불행을 가져오게 된다”고 충고했다.


또한 “종교계가 정치에 관심이 높은 것은 이해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일에 대한 충고와 함께 지혜로써 돕는 것이 현명하고 중요하며,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라며 반문하고 “종교계가 이번 대선에서 중립을 지킴으로써 협력과 화해, 국가적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언론회를 비롯한 각계에서 요청하는 ‘종교계의 중립’과 ‘정교 분리’의 원칙에 대해 정치 지향의 목회자들이 얼마나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철새가 정치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교계에도 철새가 있다. 총선이나 대선, 하다못해 지자체 선거 때만 돼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철새 목사다”는 지적이 바로 그 분위기를 설명한다. 정치 지향 목회자들의 이런 행동은 극히 일부에서 발견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교회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대외적인 지명도를 감안한다면 성도들이 거부할 수 없는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이 한창 치열하던 지난 8월 이전부터 교계는 이미 일부 단체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들을 발족시켜 이들에 대한 지지와 방문을 경주하기에 분주했다. 목회자들은 특정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부터 이미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행태를 보였다. 이들에게 있어 정치에 대한 중립과 정교 분리는 말에 그칠 뿐이다.


목회자들의 무분별한 정치 행태는 최근 공의정치실천연대가 개최한 ‘공정포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날 포럼에서 이문식 목사(산울교회)는 “한국 교회는 교인들에게 ‘정교 분리’를 가르치면서도 정작 목회자 자신들은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과잉’으로 정치에 편들어 왔다”며 정치 지향의 목회자들의 행태를 뼈아프게 꼬집었다.

정치에 편중하는 목회자들의 문제점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이 예배시간에 그것도 설교시간에 노골화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설교는 곧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한국 교회 정서상 설교시간에 전해지는 담임 목사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는 거부할 수 없는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지지 형태 또한 설교를 표방한 것이어서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반감을 드러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일부 목회자들의 발언은 극한 위험수위까지 넘나들기도 한다. 모 목사의 경우 최근 한 모임에서 “00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이름을 지워버린다”고 말해 그 위험성이 극에 달했음을 여실히 증명하기도 했다.  


방인성 목사(성터교회)는 “많은 목회자들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공식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각 예배와 행사 등에서 무분별하게 쏟아내는가 하면, 후보의 인물됨과 정책에는 관심없이 ‘기독교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면서 종교 편들기에 앞장선다”며 비판한다.


목회자들의 이런 행동은 결국 ‘장로 대통령 만들기’로 결론지어진다. 한국 교회의 과거 행태를 돌아볼 때 대선 때마다 반복됐던 장로 대통령 만들기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여전히 확인되고 있으며 여전한 기세로 올인하는 형국이다. 목회자들의 부응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표 앞에 양심을 파는 정도를 넘어 신앙을 파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데 한국 교회의 아픔이 있다. 최근 불교 도선사 주지로부터 ‘연화심’이라는 법명을 받은 이명박 대선 후보 부인의 문제를 비롯해, 천주교에서 영세를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이 대선 기간에 불교계에서 법명을 받은 일,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 또한 대선 기간에 사찰을 방문해 불공을 드린 일 등 이런 사례는 허다하게 발견된다.


구차한 변명이 없더라도 정치에 대한 목회자들의 관심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며,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 끝나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상식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일에 대한 충고와 함께 지혜로써 돕는 것이 현명하고 중요하며,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라는 교회언론회의 충고를 다시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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