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개역개정판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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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개역개정판 논란 왜?
  • 이현주
  • 승인 2007.10.10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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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공회 새성경 번역 가시화되면서 정치적 배경 추측
 

한국교회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성서공회의 개역개정판 성경에 대해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지난 98년 첫 발행 이후 주요교단들이 공식사용을 결의해 보급되고 있는 이 성경에 대해 최근 교계 일각에서 오역과 왜곡이 있다며 재개정과 보급중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이 공론화 된 것은 지난 9월 교단 총회. 예장 통합과 합동, 대신 등 3개 교단에서 개역개정판의 사용금지 헌의안이 상정됐다. 특히 통합과 대신은 오류 부분을 낱낱이 제기하며 예배용 성경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통합총회에 상정된 헌의안에는 시급히 고쳐야할 곳이 5,000곳, 잘 번역된 한글판을 오역한 곳이 700여 곳이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물론 이 헌의안을 교단 총회는 모두 부결시켰다. 예장 합동만 연구위원회를 조직해 21세기찬송가와 함께 1년간 문제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논란은 총회로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국교회 언론회는 총회 직후 논평을 내고 개역개정판의 보급을 중단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언론회 이억주목사는 “인본주의적인 해석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수많은 오류가 그대로 담겨 있다”며 교회에서 사용하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억주목사는 “통합측 총회에서 이미 다뤄진 내용이지만 성서공회가 수정요구를 묵살하고 있으며 개정과정에서 국문학적인 검토가 중심이 되어 읽기에 편하게는 바뀌었지만 신학적 오류는 잡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왜 10년 가까이 사용해온 성경에 대해 최근 논란이 부쩍 심해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

이억주목사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고 그것이 일부의 목소리로 묻혀 버렸을 뿐”이라며 “앞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개역개정판의 문제점을 공론화 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서공회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서공회 서원석 본부장은 “통합 총회에서 헌의된 개역개정판 관련 안건은 총대들의 호응조차 얻지 못했다. 정말 오류가 있다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수정을 제기하면 된다. 수정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번역위원 전체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만 수정이 가능하다. 또 번역위원은 교단이 파송한 대표적인 신학자와 국문학자로 구성되어 있어 불신의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개역개정판은 교계가 사용하고 있던 개역한글판을 기초로 1983년부터 개정이 시작됐다. 10년간의 원고 작업을 거쳐 1993년 17개 교단에서 파송한 성경전서 개역한글판 개정감수위원회가 157회의 회의를 통해 원고를 감수했고, 98년 새로운 개정판이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성서공회는 강단용 성경을 개역개정판으로 교체하기 위해 각 교단들의 결의를 호소했고 감리교를 필두로 통합과 기장, 합동 등이 주요교단이 사용을 결의했다.

그러나 개역개정판은 발행 직후부터 보수권으로부터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보수권으로 구성된 성경공회는 새성경 개정작업을 시작했다.


최근 개역개정판을 둘러싼 뒤늦은 논란이 성경공회의 성경 출간시기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배경도 감지된다.

성경공회는 90년대 중반 성서공회로부터 이탈한 예장 합동측과 고려, 개혁, 대신 등 보수권 교단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성경번역을 목표로 출범했으며, ‘하나님의 성경’을 출간한 직후 성서공회로부터 ‘인격권 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원문 번역으로 한국교회 정서에 적합하고 신학적 오류가 없는 성경을 번역하겠다고 결의한 뒤 99년 번역작업을 시작해 8년째를 맞고 있다.


성경공회 김태윤 사무총장은 “성경 번역 작업이 모두 마무리 됐으며 12월에는 출간예배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성경공회 총회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40여명의 번역위원이 새성경 번역에 참여하고 있고 비용만 1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석원태 회장은 “신학적 번역작업은 마무리됐고 읽기 편하도록 국문학적 교열만 남겨두고 있다”며 “새성경이 강단에서 많이 읽혀지도록 반포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성경공회가 새성경을 번역해도 강단용 보급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 출발당시 함께 했던 합동이 성서공회와 화해를 했고 가장 적극적인 지지를 보였던 개혁측이 합동과 통합되면서 주요교단을 잃었기 때문이다. 117개 교단이 성경공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 군소교단으로 영향력은 다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주요교단에서 보수적인 인물들을 동원해 새성경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언론회 이억주목사는 “성경공회의 새성경이 곧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번역에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예장 합동측 관계자도 “성경공회의 새성경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합동 내부에서도 성경공회 활동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 아닌 개역개정판 논란. 만일 그 논란의 배경에 성경공회의 새성경이 맞물려 있다면 12월 한국교회는 완성도 높은 성경번역을 놓고 보수권과의 충돌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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