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명 중 7은 남을 믿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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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0명 중 7은 남을 믿지 못한다
  • 송영락
  • 승인 2007.01.3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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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라

 

가족주의․지역주의 의식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결과, 신뢰회복 절실

64,9% 평신도, 한목협 설문서 “교회지도자 개혁대상” 회개운동 확산되야


한국사회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사회’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불신의 모습은 신뢰를 기초로 세워진 ‘교회공동체’ 안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람을 대할 때 조심하는 것이 좋다, 교회에서 소문을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가정의 비밀을 말하지 말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할 정도다. 즉 하나님은 신뢰하지만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성도들은 너무 신뢰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대부분 성도들은 이것이 삶의 지혜로 생각하고 인정하고 있다. 아무리 신뢰를 바탕으로 세워진 사랑의 공동체라도 성도들끼리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외의  사람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한국인은 불신의 사회, 불신의 공동체에서 살아가고 있다.

 

KDI, 한국인 ‘불신’ 위험수위 넘어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해  조사한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당 정부 검찰 등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이고 불특정 타인에 대한 신뢰도를 뜻하는 ‘사회신뢰도’ 역시 10점을 만점으로 했을 때 평균점인 5점을 밑도는 낙제점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적기관과 민간기관에 대한 신뢰와 관련해 ‘불신’을 0점, ‘신뢰’를 10점으로 정하고 점수를 냈더니, 국회와 정당,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검찰, 법원, 경찰, 군대 역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국민의 70%는 ‘공직자의 절반은 부패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등 사회 전반에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기관과 시민단체는 각각 5.44점과 5.41점으로 중간값인 5점을 간신히 넘었고, 나머지 부문은 ▲언론 4.91점 ▲대기업 4.66점 ▲검찰 4.22점 ▲지방자치단체 3.99점 ▲정부 3.35점 ▲정당 3.31점 ▲국회 2.99점 등으로 중간값인 5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국사회에서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불특정 타인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을 대할 때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0점(불신), ‘대부분의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10점(신뢰)으로 답변하라고 요구했더니 4.8점이 나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회신뢰 수준은 외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 2001년 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 신뢰의 국제비교’ 항목에 스웨덴은 6.63, 일본은 4.31, 미국은 3.63에 비해 한국은 2.73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회 지도자 신뢰도 추락


이런 현상은 일반사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랑의 공동체, 형제와 자매를 강조하는 교회에서도 ‘신뢰도’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국목회자협의회가 지난해 12월 전국의 초교파 평신도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4,9%의 평신도는 ‘교회지도자’를 개혁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즉 한국교회의 진정한 부흥을 위해 한국교회의 구성원 중 가장 먼저 갱신되어야 할 대상을 묻는 질문에 ‘교단 및 연합단체 지도자’는 44.7%, ‘일반목회자’는 20.2%, ‘장로권사 등 주요 직분자들’은 17.1%, ‘집사이하 일반성도’는 8.3%순으로 응답했다. 교회의 지도자들의 정직성과 신실함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다.

 

또 교회지도자들조차 교단지도자들을 신뢰하지 못할 정도로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회의 부흥을 위해 목회자들 자신부터 갱신되어야 함을 말하면서 무려 목회자들의 85.5%가 교계지도자를 포함한 목회자들이 갱신되어야함을 강조했다. 반면에 직분자들을 포함한 성도들은 갱신의 대상이 일반목회자라기 보다는 교단 및 연합단체 등 교계지도자들(47.9%)에게 우선적으로 있으며, 일반목회자 못지않게 성도들에게도 동일한 갱신의 과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처럼 교회의 구성원들은 스스로든지, 타인에 의해서든 개혁의 대상이 되어있다.

 

친분주의․지역주의 근본적인 원인

 

강남교회 송태근목사목사는 교회가 본질을 잃어버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첫째는, 돈의 위세가 교회의 주인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교계 지도층의 윤리적인 타락과 무감각성이다. 그리고 셋째는, 강단의 세속적인 야합과 타락”이라고 지적했다.

 

권문상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좀 더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원인을 진단했다. 권교수는 최근 ‘부흥:어게인 1907’에서 성장, 성숙을 멈춰버린 한국교회의 병증에 ‘가족주의’와 ‘집단이기주의’라는 진단을 내렸다. 유교적 세계관이 짜 놓은 ‘위계적’이고 ‘가족주의적’인 정치구도가 가정과 직장과 심지어 교회 안에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혈연과 지연과 학연이라는 연줄에 근거한 집단이기주의의 행동양식이 삶의 양식이 되었다고 권교수는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회 안에서 진정한 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폐쇄적가족주의가 아닌 ‘개방적가족주의’, 온갖 연줄이 지배하는 가족주의 교회가 아닌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품이 영원한 모델인 공동체적 교회 곧 ‘가족교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세대 명예교수 박영신교수도 교회 안에 존재하고 있는 가족주의를 우려했다. 박교수는 “한국교회 성도들은 친분관계를 중시하며 테두리 안의 친밀성을 강조한 신뢰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사회모습과 달리 구성원의 행동지향성은 전래하는 의식의 틀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를 괴롭히고 우리의 삶을 왜곡시키고 있는 좁다란 친분주의의 울타리를 걷어치우는 일에 앞장서야 하며, 인간의 삶을 오직 경제의 잣대로 재고 있는 피폐한 경제주의의 틀을 부수는 일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 교회가 이 상황을 타개하지 않는다면 교회 구성원끼리 신뢰를 쌓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족주의’는 교회의 임직자를 선출할 때 심각하게 나타난다. 대부분 임직자 선출은 주일 오후예배 후 치러진다. 임직자를 선출하는 주일오후예배는 평소의 1.5배정도 많은 성도들이 참석한다. 평소 출석하지 않은 성도들도 이날은 임직에 나선 가족을 위해 동원되기 일쑤다. 즉 가족은 믿을 수 있지만 타인은 믿을 수 없다는 정서가 교회 안에 깔려 있다는 반증이다.

 

구성원간 존경은 서로를 신뢰할 때 가능

 

작가 이미숙은 ‘존경받는 부자들’이라는 책을 통해 “자신과 가족만을 위할 때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져 결국 자신의 삶도 위협받지만, 사회 전체를 위해 부를 나누고 기부를 하고 봉사를 할 때 모두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명예와 존경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부자들도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존경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에서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남교회 오정호목사도 교회갱신협의회 웹진을 통해 교역자의 의식의 갱신과 사역의 역동성 제고를 위하여 노회와 총회의 역할과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교회나 노회, 총회가 진실을 바탕으로한 정직과, 인적, 재정적 투명성이 세상의 논리를 압도할 만큼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코 세상은 교회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목사는 “교회 신뢰지수 회복은 이웃을 향한 교회의 생명력 회복이라면, 다음세대를 전략적으로 얻는 것은 교회의 미래를 얻어내는 작업”이라며 “전략을 세워 우리의 다음 세대를 복음으로 얻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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