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큐메니칼순례 동행취재기-상] 화해를 꿈꾸는 '평화의 도시' 제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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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큐메니칼순례 동행취재기-상] 화해를 꿈꾸는 '평화의 도시' 제네바
  • 이현주
  • 승인 2007.01.05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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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칼센터 내 WCC본부 방문...갈라진 세계교회 하나로 묶기 위한 노력 다양

▲ 제네바에 위치한 에큐메니칼센터에는 wcc본부를 비롯, 개혁교회연맹과 루터교세계연맹 등 국제기구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에큐메니칼센터 내 채플실 전경. 세계 모든 교회가 함께 예배르 드리기 위해 혼합적인 건축양식을 띠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일치위원회는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세계교회협의회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를 시작으로 가톨릭의 본산지인 이탈리아 로마와 동방정교회 총대주교좌 교회가 위치한 터키 이스탄불까지 순례의 길을 떠났다. 가톨릭 주교회의와 함께 진행한 이번 에큐메니칼순례를 한 신학자는 ‘하나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한국가톨릭 순례단을 맞이한 세계교회협 사무엘 코비아총무의 얼굴에는 ‘희망’의 빛이 역력했다. 종교간 분쟁이 21세기 최대의 위기로 꼽히는 상황에서 하나의 일치점을 찾아 나선 한국 에큐메니칼순례단의 모습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제네바부터 이스탄불까지 교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 이번 순례를 통해 유럽 도시 곳곳에 깊게 남아 있는 하나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본지는 에큐메니칼순례단이 방문한 도시와 교회의 역사를 소개하고 한국교회 일치운동의 가능성을 점검한다.



에큐메니칼순례단이 첫 방문지로 정한 스위스 제네바는 종교개혁의 성지이자 국제기구가 자리잡고 있는 평화의 도시로 불린다. 10일 제네바에서 맞이한 첫날은 ‘알프스의 나라’다운 스위스의 면모를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하얀 눈으로 덮인 쥬라산과 레만호수, 그리고 쥬라산 반대편에 거대한 장막을 치고 있는 알프스까지 눈에 들어오는 풍경 모두 한 폭의 수채화나 다름없었다.


제네바에 자리 잡은 국제기구는 UN유럽본부와 국제노동기구(ILO), 국제 적십자위원회, 세계보건기구(WHO) 등이다. 여기에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개혁교회연맹, 루터교세계연맹 등이 자리한 에큐메니컬센터가 함께 세워졌다.

WCC는 5억6천만 명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개신교 최대의 연합조직이다.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3백40여 교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정교회를 비롯해 종교개혁의 역사적 전통을 가진 루터교, 침례교, 감리교, 성공회, 개혁교회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에큐메니칼센터에 들어서자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기독교 상징물과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철길로 깎은 십자가, 탄피로 만든 십자가, 폭력극복운동을 상징하는 벽화 등 마치 세계 기독교문화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 WCCC를 떠나기 전 평화를 위해 순례단이 기도하고 있다.
순례단을 맞이한 강당 전면에는 스웨덴에서 제작한 그리스도 걸개그림이 장식되어 있고 노란 얼굴의 예수그리스도 아래 세계교회 전통적 예배당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 하단부에 쓰여진 요한복음 17장 ‘하나되게 하리라’는 문구는 WCC의 사명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WCC 주요 조직인 신앙과 직제위원회 윌리엄 테무박사는 에큐메니칼순례단에게 에큐메니칼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에큐메니칼운동이 시작된것은 19세기 말엽에서 20세기 초. 교단을 넘어 함께 기도하는 움직임이 그 시초였다. 1920년 들어 전세계 교회일치를 위한 개척적인 운동이 일어났으며 1937년 에든버러에서 세계교회협의회 창립이 구체화됐다. 그리고 1948년 WCC가 탄생한 것이다.

에큐메니칼센터에 마련된 예배당은 세상을 향해 세워져있다. 모든 회중석이 창을 바라보며 예배를 드리게 구성되어 있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 예배를 드려도 낯설지 않도록 복합적인 건축양식을 띠고 있다. WCC의 심볼 ‘oikoumene`는 ’사람 사는 온 땅‘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물결치는 파도위에 돛단배 모양을 한 그림처럼 예배당 바닥 역시 물결치는 곡선으로 처리했다. 또 천장 디자인도 배의 돛을 형상화했다.


입구에는 에큐메니칼운동을 상징하는 비잔틴풍의 모자이크 장식이 걸려있다. ‘그리스도의 세례’라고 이름 지어진 이 작품은 신앙인의 세례와 정결을 상징한다. 그 옆에는 스데반집사의 순교화가 걸려있는데 이 또한 폭력극복 10년을 담고 있다. 예배당 곳곳에는 세계교회가 호소해온 수많은 상징물이 가득하다.

순례단의 발길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십자가는 탄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폭격을 받은 영국 코벤트리 지역과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낸 영국군의 폭격지에서 찾아낸 폭탄 조각으로 십자가를 만들었다.


정교회와 프로테스탄트의 혼합양식으로 꾸며진 강단에는 아르메니안 은십자가가 놓여져 있고 예배당 중앙에는 작은 촛불이 대림절을 밝히고 있었다. 예배당을 둘러본 순례단은 촛불을 둘러싼 채 손을 잡고 “세계 교회가 하나되고 폭력없는 세상에 하나님의 평화가 하루빨리 임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WCC본부를 방문하고 한국교회의 일치노력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을 요청한 순례단은 이어 샤토성에 자리한 에큐메니칼연구원 보세이를 찾았다.

▲ 세계 에큐메니칼리더를 양성하는 보세이 전경.

스위스 제네바에서 15킬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세이는 18세기 지어진 아름다운 성으로 레만호수와 알프스가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에 둘러싸여 있다. 9개의 미팅룸과 2개의 채플실, 게스트룸과 만찬장, 최신식 도서관까지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보세이성은 세계 어느 곳에서 찾아와도 불편하지 않을 안락한 시설을 구비했다고 관계자는 소개했다.

그러나 보세이의 자랑은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다양한 인종과 종파의 학생들이 ‘하나됨’을 목표로 토론과 연구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1952년부터 2002년까지 개혁교회, 영국 성공회, 침례교, 정교회 , 가톨릭 등에서 수많은 에큐메니칼 리더들이 교회일치를 공부한 흔적이 남아있다.


이처럼 에큐메니칼운동에 힘쓰고 있는 WCC와 보세이가 스위스 제네바에 자리잡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에 대항해 새로운 교회를 꿈꾼 것이 칼빈의 개혁이라면 그로인해 여러 줄기로 갈라진 교회를 다시 하나로 묶고자 하는 에큐메니칼운동은 ‘21세기의 개혁’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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