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개정안 통과시킨 교회협 총회 무얼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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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개정안 통과시킨 교회협 총회 무얼 남겼나
  • 이현주
  • 승인 2006.11.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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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간 의견차이 확연히 대립...교단 협의체 기능 되찾는 것이 급선무

▲ 헌장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통합과 기하성 총대들만 반대의사를 밝혀 확연히 다른 교단의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1년 간 교회협에 소속된 교단 대표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발전과 개혁안을 논의한 것은 변화를 통해 정체된 에큐메니칼운동을 다시금 회복하자는 의지를 모은 까닭이었다.
수차례 회의끝에 내놓은 결론은 교단협의체를 유지하되 지역과 부문운동에 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교회협은 지역과 부문운동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에 대해 총회선언문을 통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발전과 개혁안은 에큐메니칼운동의 교회내적 성격으로 ‘다양성 속의 하나됨’을, 구조적 성격으로 ‘협의체적 공동체’를, 그리고 실천적 과제로 지역적-세계적 에큐메니칼 교회를 언급해 이를 토대로 헌장과 세칙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한국교회의 시대적 선교과제인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선포 사역에 회원 교단뿐 아니라 지역협의회과 연합기관, 부문선교단체의 실질적 참여를 확대시켰다.”


헌장개정안의 무난한 통과를 예상하고 만든 선언문이었지만 거창한 의미부여와는 달리 지역과 부문은 끝내 참여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긴 회의진행에 지친 총대들이 선언문의 수정을 논의하지 못한 채 채택했다는 점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이렇다. 헌장개정안에는 지역협의회를 조직하고 10%의 회원권을 준다는 것과 부문운동단체들은 옵서버로 참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었고, 이에 대해 기하성 박성배 총무는 “부문에 개방하면 교단협의체 기능이 약화되고 자칫 NGO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예장 통합이 뜻을 같이 했다.

총대들의 공방이 오간 후 처음 물은 표결에서는 원안대로 받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혼란한 가운데 출석인원의 수가 투표수와 차이가 나자 정회를 선언하고 각 교단 총무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다.

총무단은 교회협의 변화와 개혁은 공감하지만 협의체 성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대하는 교단이 있다면 1년 더 연구해서 내년에 다루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발전과 개혁특위를 이끌며 마지막 혼신을 다했던 위원장 김상근목사 역시 “법도 중요하지만 통합과 기하성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1년 연구해서 교단의 협의를 끌어내자고 호소했다. 지난 가을노회에서 68세로 조기은퇴한 김상근목사는 앞으로 더이상 교회협의 개혁에 참여할 수 없다며 “교회협이 하나되는 모습을 모여야 하고 이것이 협의체의 기능임”을 강조했다.


일부 총대들은 1년간 논의한 것도 존중돼야할 협의라며 원안을 다뤄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부문에 대한 반발에 지역협의체의 회원권까지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역과 부문이 빠진 개정안은 그야말로 지난 1년간의 논의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협이 지역과 부문에 대한 개방을 중요시 한 배경에는 “교단협의체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각 교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교단의 물량주의에 휘둘리면서 운동성이 점점 퇴색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지역과 부문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다.

헌장개정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많은 총대들이 교회협의 보수화를 우려했다. 이미 보수교단인 기하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통합도 최근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면서 각종 사안들이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총회 선언문도 FTA에 대해서나 북핵문제 등에 대해서 명확한 교회협의 입장을 담아 내지 못한 채 미지근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특정교단의 반대가 있다면 더 논의를 해서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한다는 총대들의 일보후퇴였다. 총무단조율에서도 통합과 기하성이 외면한 개정안의 통과는 무의미하다며 더 깊은 논의를 결정한 바 있다. 지난 총무 선출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협의체의 기능을 살리기 위한 총대들의 노력은 교단 이기심과 물량주의의 위협에 놓인 교회협에 대한 애정이었다.

새로운 총무를 맞이한 교회협의 과제는 운동성 회복과 협의 기능의 강화에 있다. 지역과 부문을 통한 활로가 다시 막힌 상황에서 교단을 설득하고 의견을 모아 새로운 운동을 전개할 때 교회협은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교회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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