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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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돈, 돈! “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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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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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목사<초동교회>


몇 개월 전 늦은 퇴근시간에 이상한 광경을 봤다. 길거리에서 짧은 반바지 차림에 배꼽을 드러낸 두 아가씨가 현란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춤추는 아가씨 뒤 간판이 ‘바다이야기’였다.

일식집이 개업 행사로 길거리 쇼를 하는 줄 알았다. 똑 같은 간판이 이곳저곳 걸리는 것을 보면서 ‘바다이야기’체인점이 성공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행사가 온 나라를 도박 공화국으로 지칭케 한 성인오락실 개장 행사인 것을 알게 된 것은 신문에서 ‘바다이야기’를 거론하면서부터였다.

첫 승부에서의 작은 수확. 이것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자신을 빠뜨리는 악마의 유혹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에는 정신과 육체와 영혼이 피폐해지고 빚을 잔뜩 짊어진 뒤가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도박 공화국’의 기운이 충만하다.

주택가, 두메산골 작은 읍내까지 파고든 성인오락실 외에도 경마장, 경륜장, 경정장, 카지노, 온라인 포커와 고스톱. 거기에 로또와 각종 복권이 춤추며 유혹한다. 이 모든 일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하여 ‘정책적 오류말고는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이 없다’는 대통령의 말은 가슴을 덜컹 내려앉게 한다.

‘바다이야기’에 대통령과 연관된 사람들의 이름이 들먹여지고 비리의혹이 사실화되는 때에 갑자기 ‘비전2030’이라는 세금청구서가 날아 왔다. 25년 후에 지상낙원을 이루겠다는 유토피아 이야기로, 1,100조원을 투자하여 삶의 질을 세계 10위가 되게 하겠다는 장밋빛 미래 보고서였다. 여름더위가 가을바람에 밀려나 잊혀지듯이.

‘바다이야기’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높고 푸르른 가을 하늘 같은 ‘비전2030’ 이야기가 떠들썩하다. 계획대로 추진하면 현재의 20, 30대가 세금 부담 주역이 되므로 20, 30대는 죽었다고 복창해야 하는 정책이라 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9천 달러가 되는 황홀한 이야기를 ‘비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바다이야기’에 집중되었던 국민의 시선을 돌리게 하는데 성공한 듯하다. 그리고 어느새 ‘비전2030’도 목적달성 후 폐기되는 것처럼 슬그머니 신문지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 심각한 함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바다이야기’나 ‘비전2030’이나, 추구하는 가치 기준이 ‘돈’이라는 것이다. 물질을 삶을 판단하는 가치관으로 도배했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으로 넉넉해지면서 우정, 사랑, 나눔, 배려를 잃어버리는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정직하고 정의로우며 진실한 국가와 사회를 희망한다. 사행성 오락에 목을 매달게 하는 정부가 아니라,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여 10년이면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소박한 꿈이 배반당하지 않게 하는 정부와 정책을 원한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흰 소리 내면서, 평당 1,800만원하는 아파트를 건설케 하여, 가장의 어깨를 늘어지게 하고 거품 물고 한(恨)을 토하게 하는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

‘돈’과 연관된 사건들이 신문의 머리기사로 수없이 등장하였다. 부정부패, 비리(非理), 부동산 투기, 가족간의 추한 재산 상속 분쟁, 권력을 잡고 혈안이 되어 얻으려다 감옥으로 가게 하는 것이 돈이다. 사과상자 사건,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의 사건, 8학군 선호의 배후에 있는 것도 돈이다.

사람들은 돈의 힘과 능력을 안다. 또한 돈의 독(毒)도 안다. 돈, 돈, 돈이 춤추며 힘을 과시하는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땀 흘려 얻는 물질에 대하여는 “예!”하고, 부정과 불의와 사행으로 얻는 돈에 대하여는 “돈(Don’t!)!”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침 각 교단의 총회도 열리니 곱씹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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