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만 있고 대안은 없었던 아프간 평화축제 '후유증'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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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만 있고 대안은 없었던 아프간 평화축제 '후유증'만 남아
  • 이현주
  • 승인 2006.08.09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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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과시적 선교 지양하고 이슬람선교 새모델 찾아 내야
▲ 평화축제 봉사단은 지난 2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거리를 소독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선교계와 한국정부로부터 위험성을 지적받았던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가 아프간정부의 취소요청으로 지난 3일 결국 무산됐다. 당초 5일부터 대대적인 문화행사를 통해 아프간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려던 주최측은 현지 정부의 한국인 입국 거부와 국내 외교부의 반대 등으로 갈등을 겪다가 결국 공식 취소 통보를 받고 행사를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카불공항에 입국하려던 한국인 30명이 아프간 경찰과 물리적 마찰을 빚는 등 부정적인 사건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무리한 선교행사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크리스천들은 “국내에선 수해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아프간 문화행사에 2천여 명의 선교인력이 투입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과시적인 선교행태를 꼬집었다.


한 선교단체 관계자도 “이미 수차례 위험성이 지적됐고 심지어 레바논에선 전쟁으로 어린 생명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아프간 평화축제를 강행함으로써 선교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행사를 주관했던 아프간 평화운동본부측에서는 전혀 위험하지 않았던 상황을 강조하며 한국 외교부의 압력에 의한 취소라며 법적 대응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아프간 평화운동본부는 행사 취소 후 4일자 성명을 통해 “아프간 당국의 행사 취소 결정은 주아프간 한국대사관과 비기독교 정책으로 일관해온 현 정권의 방해”라며 “명백한 종교탄압이자 인권탄압행위”라고 규탄했다.

행사를 주도한 아시아협력기구 최한우 사무총장은 “아프간에 머무는 4~5일간 어떠한 위협도 없었고 아프간 당국은 매우 협조적이었다”며 평화봉사활동이 무난히 전개됐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증언도 엇갈린다. 한 참가자는 “긴장감과 위험이 느껴졌다. 악성 루머도 퍼져 있었고 사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해왔다.

▲ 어린이들을 진료하고 있는 아프간평화축제 봉사단.
결국 행사가 취소된 상황에서 이번 아프간 평화행사 강행과정은 선교계에 많은 과제를 안겨주었다는 분석이다.


아프간 평화축제 추진이 발표되면서부터 선교계는 우려와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선교단체들이 협의기구로 얽혀 있어 중단을 강제할 수는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도 없이 행사의 이점만을 강조하며 대규모 이벤트식 선교를 강행한 책임은 운동본부에 있음이 분명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를 막거나 설득하지 못한 채 눈치보기에 급급한 한국선교계의 고질적인 문제도 해결과제로 지적됐다.

서울신대 선교학 최형근교수는 “이슬람권에서 대규모 선교여행이나 행사를 전개한다는 것 자체가 선교학적으로 잘못도니 판단”이라고 이번 사태를 평가했다. 또 행사가 강행됐을 경우,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 최교수는 현지 문화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한국식 선교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이번 아프간 평화축제는 이슬람근본주의 국가이자 테러 위험지역에서 추진된 것이어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아프간 인근에서 선교활동을 전개하는 한 현지선교사는 “아프간은 외국인과 기독교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이며 테러와 암살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위험성을 증언했다.


지난해 인터콥 단기선교팀이 현지상황을 무시한 채 임의로 행동하다가 네덜란드 치안유지군에 의해 호송됐고 이 과정에서 6발의 총격을 받은 사실을 회상하며 인터콥의 선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은 자유롭지 못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선교회 김도흔총무도 “아프간은 선교에 민감한 지역이며 위험성이 있는 곳이 틀림없다. 이런 곳에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선교계에서는 충분한 논의와 바람직한 선교방안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김총무는 또 “행사 취소 후에도 선교계는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며 논쟁을 꺼리는 선교단체들의 소극적 태도도 개선할 점으로 꼽았다.


이에대해 최형근교수 역시 “인터콥이 지닌 선교적 영향력 때문에 선교단체들이 논의를 꺼리고 있지만 잘못된 것은 당당히 비판하고 대규모 선교로 인한 후유증을 막기 위해서는 이슬람 선교에 대한 올바른 방식을 나누고 보다 효율적인 선교모델을 만들어 내는데 주력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프간 현지에서는 평화축제 후유증으로 당분간 장기선교사들의 사역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현지 선교사에 대한 신변보호와 장기적인 선교전략의 재수립을 마련하는 지혜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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