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후임 목회자 선정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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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후임 목회자 선정 어렵게 한다
  • 승인 2001.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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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국 교회를 강타한 ‘목회세습’ 문제가 점차 사그러들면서 그 후속으로 제기되고 있는 ‘목회 후임자 선정’ 문제.
목회 후임자 선정에 대한 건전한 방안 제시는 목회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면서 동시에 불거져 나온 문제였다. 또한 목회세습에 반대한다면 그에 못지 않은 방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의 현재 상황이 대형 교회는 물론 중·소형 교회들도 후임자 선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때 신촌교회 원로목사인 정진경 목사가 지난달 30일 기윤실이 목회 후임자 선정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모범적인 후임 목회자 선출로 평가받고 있는 신촌교회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정 목사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해 온 목회 패턴을 답습할 사람이 아닌 자기 나름대로의 분명한 미래의 목회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목사 ▲개인적인 연고가 없는 사람 ▲교회 일에 절대로 개입하지 않는 것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아래 내용은 정진경 목사의 발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각 교단 헌법에 보면 후임 목회자 선임 절차는 대동 소이하다. 당회는 인선위원을 선정하고 추천된 후보를 공동의회에 회부하여 과반수(또는 2/3)의 찬성을 얻은 후보를 시찰회를 거쳐 노회에 제출하면 노회는 인사부를 통해서 해당 교회에 송부한다. 이것은 각 교단의 법적인 절차이지만 요즘은 목회자 후보 선정 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하나는 공채하는 방법이다. 교단 신문에 공고하면 30~40명의 지원자가 등록한다. 지원자 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현재 시무하는 교회보다 교세가 크기 때문에, 또는 문제를 안고 있는 목회자들이 비슷한 상대끼리 어떤 조건을 걸고 맞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공채를 하는 경우에 후보자들 중에는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노출시키고 중상모략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여기에는 교회 정치가 개입되어 금품이 오고가는 뒷거래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경우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교회의 도덕성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의 인격과 자질의 객관적인 평가로 추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것이 때로는 당회원과 교회의 분열로 연결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교회는 후임 목사 선정 문제를 먼저 교단 법대로 청빙 절차를 당회에 일임했다. 그러나 당회에서는 인선위원(약 30명)을 선정하지 않고 원로 추대를 받은 목사에게 전체를 조건없이 위임하기로 결의했다. 본인은 교회 시무를 끝낸 목사가 후보 선정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당회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또 교단법이 정한 절차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당회원들은 다시 본인을 찾아와서 하는 말이 ‘우리 장로들은 목사의 설교나 한 번 들어보고 그의 이력서나 읽어보는 것으로는 그 목사의 능력을 평가할 수 없고, 원로목사는 이 교회를 우리보다 더 사랑할 것이며, 많은 목사들이 제자들이라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사심없이 선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정 그렇다면 여러분이 추천하는 분들에 대한 자문에 응할 수는 있으나 교회를 떠나는 마당에 직접 나서는 것은 법에도 어긋나고 순리에 역행하는 행동이라고 거절을 했다. 당회의 마지막 결의는 심각했다. 목사님도 신이 아닌데 어떻게 완벽한 사람을 선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누구라도 추천하시면 우리는 목사님을 믿고 따를 것이며 그 후의 모든 문제는 저희 당회원들이 전적으로 책임 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거운 짐인줄 알면서도 장로님들의 신뢰를 거절할 수가 없어서 수락했다. 장로님들의 간청에 의해서 제가 선정한 분이 현재 신촌교회를 담임하고 계신 이정익 목사다.

후계자를 선정하면서 자신에게 다짐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그동안 해 온 목회 패턴을 답습할 사람이 아닌 자기 나름대로의 분명한 미래의 목회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목사, 두 번째로 나와는 특별한 개인적인 연고가 없는 사람, 세 번째, 교회 일에 절대로 개입하지 않는 것 등이다.

이런 스스로의 다짐 하에 후임 목회자를 당회에 추천하였던 바 당회원들이 믿고 만장일치로 5분 내에 아무런 이견 없이 결정해 주었다. 법에 따라 공동의회에서 투표하려 했으나, 모인 회원 전부가 목사님을 믿고 전권을 맡긴 일인데 투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전원이 기립박수로 새 목사님을 모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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