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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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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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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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목사<예장통합총회 기획국장>


꽤 오래전 ‘Bird Cage’란 영화를 본 기억이 새롭다. 가족이 과연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의 질문을 던져주는 무척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였다. 주인공인 로빈 윌리암스는 플로리다의 해변에서 ‘Bird Cage’란 클럽을 운영하며 사는 게이로 나온다.

우리의 문화와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 소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내용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주인공은 자신의 남자 파트너와 함께 아들을 한명 키웠고 그 아들이 결혼을 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결혼이란 것이 개인으로는 사랑의 결실이며 새로운 가족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결혼 당사자의 가족들에게는 가족 간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될 것이다. ‘가족구성원 간의 가치관이 틀리고 생활 방식과 윤리 기준이 달라도 서로 사랑한다면 어려움을 넘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 아니었을까?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우려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결손가정의 어린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하여 많은 사회복지 기관들과 교회들이 고심한다. 이혼율은 아마도 건국 이래 최고치를 매년 갱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실질적으로 고아가 되어 버리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돌봐줄 사람 없이 거리에 방치되는 노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소일거리를 찾아, 혹은 한 끼의 따뜻한 식사를 찾아 급식 차 주변으로 모여드는 노인들의 수가 날마다 는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부모님과 두 자녀를 기준으로한 행정적이고 법적인 삶의 단위를 말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란 것이 단순히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는 이상적인 삶의 단위도 아닐 터이다. 핵가족의 범위를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울타리를 넓히고 고치고 변화시켜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우리 안에서 받아들여지도록 해야 한다. 한 부모 가족도, 독신자도, 공동 가족도, 가족이라는 이름아래 사회와 교회의 보호와 지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가족의 외형적인 틀이 변화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족의 구성원들 간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 달라져야 한다.

부모, 자녀, 조부모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부부간의 역할과 역할분담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입양에 대한 새로운 태도,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성역할 분담등도 새로워 져야할 부분이다. 

더 이상 남편은 (혹은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가족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사람이 아니다. 더 이상 아내는(혹은 어머니는) 살림을 도맡고, 자녀들과 다른 가족 구성원들을 위해 희생을 감내한 사람이어서만은 안된다. 더 이상 연로하신 조부모님들은 가족의 뒤편으로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이어서는 안된다. 가족 모두가 자기 자신의 특성에 맡게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하고 그것으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즈음 어떤 학습지 광고 중에 ‘어머니는 가장 좋은 선생님입니다’라는 것이 있다. 언뜻 듣기엔 맞는 말처럼 들리는 이 말이 사실은 엄마는 늘 집에서 자녀들을 돌보고 함께 공부해 줄 수 있는 전업주부인 것을 전제하는 무척 억압적인 말이기도 하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을 향한 무언의 압력인 것이다. 엄마는 가장 좋은 선생님이어야 하는데 당신은 지금 아이들의 학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여성의 경우에는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아! 가족이 아무도 없으시군요”이다.

남편과 자녀라고 하는 직계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부모, 형제, 자매, 그리고 그 외의 가족의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을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가족에 대한 좁은 틀은 우리가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가부장적 사회제도로 인하여 생겨났다.        

이젠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가족의 틀은 단단하고 좁은 것이어서는 안된다. 우리 안의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가부장 제도의 틀을 깨는 작업이 필요하다.

남성위주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져야한다. 그러면 가족은 새로운 의미로 살아날 것이다. 해체되는 것처럼 보이는 가족의 위기가 어쩌면 잘못된 가족인식을 바꿀 수 있는 귀한 시작이 될 수 있기를 이번 5월에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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