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태풍이 불어도 교회가 무너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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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태풍이 불어도 교회가 무너지지 않아요"
  • 이현주
  • 승인 2006.0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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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헌금으로 필리핀 오지섬에 성전세워준 `행복한교회`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부로 9시간 거리에 위치한 따까와인 캐전시티. 이곳에서 다시 배를 타고 30분을 들어가면 ‘따까이야’라는 작은 오지 섬이 나타난다. 섬마을 원주민들이 하는 일은 고작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일. 그나마 생업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생계를 간신히 유지하는 수단이다.

남양주 행복한교회(담임:허성재목사․예장 합동정통 경기노회)가 필리핀 가난한 오지 섬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2년. 잠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허성재목사의 아들 은총이가 “선교사가 되겠다”고 서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선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아들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험난한 선교지를 직접 눈으로 보게 하고 꿈이 아닌 거친 현실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뿐이었다.

엄마 한영순사모는 은총이와 함께 필리핀을 찾았다. 현지 목사가 보여준 따까이야 섬은 ‘모자(母子)’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일정한 처소도 없이 드려지는 예배와 먹을 것이 없어 늘 배가 고픈 아이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필리핀 선교지를 방문한다고 한 성도가 후원해준 양말은 이곳 아이들에겐 사치품에 불과했다. 신발도 없이 맨발로 땅을 딛고 살아가는 원주민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막연하기만 했다.

“은총아, 선교현장은 이렇게 험하단다. 결코 편한 길이 아니다. 그래도 할 수 있겠니?”

그러나 은총이는 이미 하나님께 응답을 받았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행복한교회와 필리핀 선교지의 인연이 시작됐다.

허성재목사는 그 날 이후 성도들에게 필리핀을 돕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도심 외곽에 위치한 교회와 성도들의 형편 또한 넉넉할 리 없었다.

한사모는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맨발로 사는 필리핀 원주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금통을 나누어주었고 후에 고사리 헌금은 5백켤레의 운동화가 되어 필리핀 아이들에게 전달됐다. 또 성도들이 모아 준 후원금으로 따까이야 섬 아이들은 매일 한끼의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작은 후원이었지만 가난한 필리핀 섬마을에선 큰 복음의 결실로 변화되고 있었다.

어린이들이 모여들었고, 어른들도 아이들을 따라 교회를 찾았다. 마을 부족 추장이 빌려 준 땅에서 예배를 드렸지만 처소가 없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성도들에게 힘을 모아 작은 교회를 하나 지어주자고 했다. 그 때 한 성도가 낸 아이디어는 인근 야산에 나는 도토리를 모아 선교비를 마련하자는 것.

그 날 이후 성도들은 낮에는 산에서 도토리를 모으고 밤에는 가루나 묵을 만들어 내다 팔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헌금이 모두 2백만원. 한사모는 성도들이 함께 한 마음으로 일을 하다보니 힘든 것조차 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바나나 잎으로 지은 건물이 태풍에 무너지길 두 차례. 이렇게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성도들이 다시 힘을 모았고 독지가의 후원이 합쳐져 블록과 시멘트로 다시 교회건물을 세웠다. 하나님의 사랑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지난달 5일 행복한교회 허성재목사와 한영순사모, 그리고 경기노회 소속목회자들은 따까이야 섬 예배당 입당예배를 위해 다시 필리핀을 찾았다.

마침 필리핀 남부를 강타한 태풍이 비바람을 불어대고 있었다. 심한 풍랑을 맞으며 일행은 섬으로 향했고, 섬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 허성재 목사
허성재목사는 “섬의 가장 높은 곳에 가장 좋은 건물이 바로 주님의 성전이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당시의 감격을 고백했다.

허목사 일행은 오지마을 주민들과 2백여명의 어린이들을 모아 감사예배를 드리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작은 파티와 선물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현지 교회와 성도들을 지켜 본 경기노회 소속 목사들은 앰프와 마이크 등 음향시설을 헌물해 주었다.

따까이야 교회는 현재 신학훈련을 받은 현지인 사역자가 이끌고 있다. 필리핀과 인연을 맺어준 아들 은총이는 지금 고등학교 3학년. 선교사역을 준비하고자 필리핀 현지에 머물며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교회 사역을 좋게 본 현지 추장이 많은 땅을 내주었습니다. 건물을 더 지을 여력이 생긴다면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을 문명인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또 마을 주민들에게 농작기술을 가르쳐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기도 합니다. 그 곳은 너무나 가난하고 희망이 없습니다. 오직 복음만이 그들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작은 교회를 통해 먼 이국 오지섬까지 미치신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교회를 세운 행복한교회의 필리핀 선교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적금을 깨고, 저금통을 채우고, 도토리를 주워서까지 헌신한 성도들의 선교열정과 사랑이 있는 한 오지마을을 향한 행복한교회의 사역은 계속 될 것이라고 허성재목사는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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