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하나님의 신성이 강조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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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하나님의 신성이 강조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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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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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문 아버지 칭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나채운 목사<장신대 명예 교수>


주기도 본문의 번역에 있어 ‘하나님’에 대한 제2인칭 대명사의 번역이 특별히 어려운 문제가 되는 것은, 인구어계(印歐語系, Indo-European family)에서는 거의 없고, 몇 개의 동양어, 그 중에서도 우리말과 일본어에서이다.

주기도 본문에서 보면, 그 첫 마디에 ‘하나님’을 ‘아버지’(호격)로 부르고, 다음으로는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뜻’ 그리고 마지막 송영 부분에서 ‘하나님의 것’을 언급하는 데 있어 제2인칭 대명사 속격(소유격) 또는 소유대명사를 쓰고 있는 바, 이 네 곳에서 지난 번(2004년 12월 3일) 작성 공포된 새 번역안에서는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 ‘아버지의 것’이라고 번역했다. 이렇게 제2인칭 대명사를 ‘아버지’라는 명사로 바꾼 것은, 우리말의 제2인칭 대명사에서는 극존대가 없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에서 하나님에 대해 ‘아버지’(헬라어로) 라는 어휘를 쓴 것은 부름말(呼稱語)과 가리킴 말(指稱語)을 합쳐서 총 4백여 회이고, 그 중에서 하나님의 신성이 특별히 강조된 요한복음에서는 1백30여 회나 사용됐다. 이 중에는 헬라어 원문에서는 제2인칭대명사로 되어 있으나 그것을 ‘아버지’라는 명사로 바꾸어 쓰고 있는 사례가 매우 많다.

예컨대, 우리말 성경 모든 번역에서 요한복음 제17장에는 ‘아버지’라는 어휘가 39회 나타나는데, 헬라어 원문으로는 6회만이 ‘아버지’이고, 33회는 제2인칭 대명사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말에서는 하나님에 대해서 극존대를 나타내는 제2인칭 대명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말의 경어법(대우법)에서는 크게 네 계층이 있는데 그것은 ‘너’(아주 낮춤), ‘자네’(예사 낮춤), ‘당신’(예사 높임)까지만 있을 뿐 극존대(아주 높임)에 해당되는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서 이때까지의 우리말 성경에서는 네 번의 대명사 번역을 어떻게 해 왔는가? 네 가지의 번역을 볼 수 있다. 첫째, 구역(1911년)과 개역 성경(1937년)에서는 세 번의 인칭대명사는 번역을 회피하고, 마지막의 소유대명사는 명사로 대치하여 ‘아버지의 것’이라고 한 것, 둘째, 1961년의 ‘새로 옮긴 신약성서’(복음동지회 역)에서는 네번 모두 ‘당신’이라는 대명사로 번역한 것, 셋째는 1993년의 표준새번역에서 세번의 지시관형사 ‘그’와 한 번의 소유대명사 ‘아버지의 것’을 쓴 것, 넷째는 1887년의 예수셩교젼셔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번역에서 ‘아버지’라는 명사로 대신한 것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다른 복잡한 양상이 나타났는가? 우리말에 현재 존재하는 인칭대명사 중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당신’은 어른에게도 쓸 수 없는 예사 높임밖에 못 되니, 그것을 하나님에게 쓸 수 없다고 하는 고정관념 때문인 것이다.

그러면, 과연 ‘당신’은 하나님에게 적용할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로는, 1) 현재 ‘당신’을 쓰는 사람들이 하나님이나 예수님에 대하여 불경스러운 생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근접감(nearness)과 친근감(intimacy)으로 쓴다는 사실, 2) 독일어를 비롯한 여러 인구어와 중국어에서 경칭(敬稱)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친칭(親稱)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 3) 우리말과 가장 유사한 일본어에서 부모에게 못 쓰는 ‘あなた’(아나타, 우리말의 ‘당신’에 해당)를 오래 전부터 쓰고 있는 사실, 4) 우리말 성경에서도 예수나 하나님에 대하여 ‘당신’을 쓰고 있는 사례가 허다한 사실, 5) ‘우리말 큰 사전’(한글학회 편)에서도 ‘당신’을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에 대해 극존대로 쓸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는 사실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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