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인간의 존엄성 위해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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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인간의 존엄성 위해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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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8.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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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폐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석성 교수<서울신대>
 


인간은 존엄하고 생명의 가치는 귀하다. 성서에는 천하보다도 귀한 것이 사람의 생명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이 죄를 지었다고 형벌의 방법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도 되는가.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고 사형제도의 폐지와 존치를 놓고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형제도는 기원 전 18세기 함무라비 법전과 고조선의 8조 법금(法禁)에도 사형에 대한 조문이 있는 것과 같이 오래된 형벌제도다. 사형의 집행 수단도 화형, 십자가형, 익사형, 참수형, 총살형, 교수형 등 다양하게 시행됐다. 예수님은 십자가형으로,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는 참수형으로, 나치하에서 히틀러에 항거한 본회퍼는 교수형으로 처형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18세기까지 사형은 보편적으로 집행되던 극형이었으나 19세기에는 제한적으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됐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사형폐지론이 나오게 됐다. 현재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는 118개 국이고 사형제도가 남아 있는 나라는 78개 국이다. 이 가운데 20개 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사형제도가 있지만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5년 이후 1,634명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한때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는 지금까지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사형제도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형제도는 흉악한 범죄를 억지하는 효과, 다른 사람의 생명 침해에 대한 정당한 응보(應報), 흉악범죄 예방 효과, 피해자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한다. 이에 반하여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형제도는 생명권을 침해하고 박탈하며, 오판의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고, 범죄예방 효과도 입증된 것도 아니며, 법의 이름을 빌린 살인 행위”라고 주장한다.

사형제도는 이밖에도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그 예로 1959년 7월 31일 사형이 집행된 조봉암과 인혁당 사건을 들 수 있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형 대신 종신형 제도를 주장한다. 사형제도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절충적인 방법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 사형 선고만 하고 사형 집행을 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20세기 초까지는 사형제도를 지지했으나 최근에는 반대하는 입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사형제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의 하나로 창세기 9장6절 “무릇 사람의 피를 흘리면 사람이 그 피를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었음이라”는 말씀을 들고 있다. 이 말씀은 오늘날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복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말씀이다.

그러나 사람을 죽인 자들, 피를 흘린 자들에게 피를 흘려 죽이는 보복과 응보의 정의(正義) 만이 성서적 가르침일까. 이 문제는 생명의 존엄성과 살인하지 말라, 보복하지 말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피조물로서 존귀한 생명을 지닌 존재이다. 인간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다. 인간 누구도 귀중한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물론 지존파와 같이 다른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흉악범들은 자신의 생명권을 보호받을 권리를 상실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그들 역시 귀중한 생명을 지닌 존재임에 분명하다. 흉악범들에게 회개하고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사형 선고를 하고 집행하지 않는 방법은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적극적인 방법인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종신형으로 바꾸는 방법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하나님 말씀을 율법이 아니라 복음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사형제도는 폐지돼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한 생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사형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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