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푼 탈북 청소년의 ‘진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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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푼 탈북 청소년의 ‘진로 찾기’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9.23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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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려, 평양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
박경희 지음 | 단비

박경희 작가의 신간 ‘리수려, 평양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는 7명의 탈북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7가지 이야기 속에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단편집이다. 

박경희 작가는 10년 전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하늘꿈중고등학교’에서 인문학 수업을 시작한 뒤 줄곧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을 작품으로 그려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진로’라는 테마를 통해 누가 읽어도 흥미를 느낄만한 아기자기하고 인간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펼쳐놓았다. 

박 작가는 “지난 10년간 만난 많은 탈북 청소년들 가운데 사연 없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분단이 낳은 아픔을 뼛속 깊이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탈북 친구들의 최대 관심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박경희 작가와 함께하는 인문학 수업’을 하게 된 이유”라고 소개했다. 

박 작가는 주로 대학입시반인 고3학생들을 만났기에 수업의 초점은 진로찾기에 맞춰졌다.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잘 산다 말할 수 있을까’가 최대의 이슈였다. 박 작가는 “이 질문지 한 장 들고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면서 “물가까지 인도는 할 수 있지만 물을 먹여 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자기 길 찾기를 잘하며 사는 친구들을 만나면 절로 뜨거운 눈물이 났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리수려, 평양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는 이런 마음들을 일곱 편의 소설로 형상화 시킨 책이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가 가진 힘을 실감했다. 

일반 독자들은 잘 몰랐던 탈북 청소년의 현실이 피부에 와 닿을 뿐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가 제시하는 직업과 진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매력을 느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한참인 청소년이라면 몇 장 넘기지 않아도 이야기에 깊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박 작가의 말처럼 ‘진지한 이야기’지만 재밌다. 책이 제시하는 기자, 뷰티 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 무역업자, 간호사, 재활물리치료사, 조리사 등의 직업은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당당한 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한 친구들을 보며 선택했다. 

‘하늘꿈중고등학교’ 임향자 교장은 “좋은 책을 선정해서 탈북 친구들에게 읽고 쓰는 훈련을 지도할 때처럼 일곱 편의 소설 모두 따뜻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무엇보다 탈북 청소년들에게 비전을 주는 글이라 반갑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깊은 박경희 작가의 신작이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기 원한다”고 추천의 말을 남겼다. 

한편 박 작가는 스스로를 ‘탈북 청소년의 스피커’라 칭한다. 미리 온 통일인 탈북 청소년들의 대변인이 되고 싶었다는 것. 그는 앞으로도 작품 활동을 통해 탈북 청소년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써 내려간다는 각오다. 

박경희 작가는 1960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다.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2006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 ‘한국방송라디오 부문 작가상’을 수상했다.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도 창작에 뜻을 두어 2004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사루비아’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청소년 소설집 ‘류명성 통일빵집’과 장편소설 ‘난민 소녀 리도희’, 탈북동화 ‘리무산의 서울 입성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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