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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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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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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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21)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어떤 어린아이가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을 하였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떤 두 어린이는 전자오락 팩을 갖고 싶어서 강도짓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도 있다.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이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하더라도, 그들이 써 놓은 유서를 읽어보면 우리 부모 세대와 어른들이 생각할 것이 많다. 그들의 유서를 읽어보면 과중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그러한 처지에 놓인 자신과 주변 환경, 심지어는 부모까지도 원망스러워하였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그러한 것이 자살의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요즘 자녀들이 겪고 있는 심리 정서 상태와 그들의 삶의 환경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부모들은 먼저 자녀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처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눈높이 교육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 즉 그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아야 서로 의사가 소통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의 부모들은 너무 어른의 시각과 바람으로 자녀들을 대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커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어른스러움을 요구한다. 밥을 먹을 때도 어른처럼 먹어야 하고, 공부도 다 큰 사람처럼 잘 해야 만족한다. 옷도 어른처럼 더럽히지 않기를 바라고, 물건도 망가뜨리지 않고 오래오래 쓰기를 바란다.

부모의 이러한 과도한 기대가 엄청난 무게로 자녀들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한 번 생각해 보았는가?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은 대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험을 잘못 보았을 때, 성적이 나쁠 때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야단맞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항상 실수를 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그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용납되기를 원하고 사랑 받기를 원한다. 이러한 욕구는 어린 아이일수록 더 강하다. 그런데 점수가 조금 나쁘다고, 공부를 조금 못한다고 야단치고,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요구할 때에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정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잃게 되면 자녀들은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절망이다. 스스로 살아야 할 가치와 의미를 잃게 된다.

그런데, 살펴보면 자살을 하는 어린 아이들이나 혹은 청소년의 경우 대부분 성적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도 왜 자살을 하는가? 그것은 오직 좋은 성적을 통해서만 자신이 인정받아 왔는데, 그것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공부해라, 공부해라!’ 했으면, 성적과 자신의 가치를 동등하게 생각했을까?

혹 어떤 부모들은 공부를 잘 해야 앞으로 잘 살아갈 것이기에 공부를 강조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강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둘러보면 꼭 공부를 잘 한 사람만이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에는 공부를 잘 한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더 많다. 공부를 잘 해야만 세상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부모의 바람일 뿐이다.

어린이 헌장에도 있듯이 어린 아이들은 그 시절에 아무런 걱정 없이 건강하게 뛰어 놀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권리이다. 그 권리가 무시되고 너무 어른들의 가치와 욕심이 강요될 때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심의 희생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용찬 목사 / 기독교자살예방센터공동대표, 서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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