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건축에 깃든 하나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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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건축에 깃든 하나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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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1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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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그늘에 생명의 빛을, 카이퍼의 개혁주의 미학 (16) - 안용준 목사(목원대 겸임교수)

고딕 건축에 깃든 하나님의 미학

건축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베푸신 미적 분야다. 특히 이스라엘에서의 성전 건축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일반은총을 사용하셔서 “하늘에 있는 것의 모형”(히 8:5)을 지상에 건립하시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하나님께서 성전의 기둥 모양으로부터 그곳 꼭대기에 새겨질 백합화와 석류 모양의 식물 장식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지시하신 것은 당연했다. 성전의 장식 또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세부적이다. 그만큼 하나님의 관심의 대상이란 의미이다. 그래서 솔로몬은 성전을 가나안 땅에 있는 하나님의 유일한 집으로 봉헌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지도자와 백성들을 한데 모으기도 했다.

카이퍼 역시 성전을 하나님께서 우리의 왕이 되신다는 고백과 예배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장소로 생각했다. 그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고딕 건축에 관한 인상적인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성전 건축가의 예술적 목적이 눈에 보이는 단순한 형태나 색채뿐만이 아니라 안 보이는 신앙의 깊이와 하나님의 미학을 가시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갈파했을 때, 수많은 청중들은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용솟음치는 무엇인가를 느껴야만 했다.

성전 건축이 벽돌을 쌓아올리는 물리적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건설하는 영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경외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노트르담 고딕 건축
사실 고딕 건축(성전)은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시기에 건설된 인류 최고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평가된다. 멀리서 보아도 하늘의 영광을 대변하는 듯 위용이 대단하다.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와 사뿐히 내려앉은 거룩한 성 예루살렘 같이 보인다.

우리의 시야에 전혀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육중한 돌덩어리의 하중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갈하고 맵시 있다. 장미창과 회랑의 트레이서리 장식이 아주 날씬하고 우아하게 설계되었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거다. 현관 좌우에 배치된 조각들도 경쾌하고 중량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요한계시록 21장의 말씀에 하나님의 영광이 예루살렘 성안에 머물러 귀한 보석처럼 빛나고 수정처럼 맑듯이, 고딕 성전의 벽은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어졌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빛은 단순히 물리적 자연의 빛이 아니다. 그것은 지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은혜의 빛이다. 숭고하게 느껴지는 내부로 들어가면 또 다른 경험도 가능하다.

즉 인간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미학적 요소들이 자리하게 되어, 인간적인 사소하고 왜곡된 감정들이 눈 녹듯 사르르 사라져 버리는 은혜를 체험을 하게 된다. 중세의 성자 어거스틴(Augustine)도 우리의 마음을 이끌 수 있는 것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시각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동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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