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 이끈 서회, 새로운 세대와 소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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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사 이끈 서회, 새로운 세대와 소통 과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6.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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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20주년 대한기독교서회 정지강 사장 인터뷰

대한기독교서회가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았다. 지난 1890년 6월 25일 ‘조선야소교서회’란 이름으로 시작된 대한기독교서회는 3세기에 걸친 세월 동안 격변과 고난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때로는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때로는 함께 고통당하며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 왔다.

굴곡진 역사 속에서 대한기독교서회의 공헌과 미래를 듣기 위해 지난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정지강 사장을 만났다.

기독교서회는 120년 역사에 걸맞게 지금도 신학분야 출판에서 독보적인 지휘를 확보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기독교 출판사들이 여럿 등장하면서 신학분야 책 출판의 침체기를 겪었다. 정 사장은 “서회는 꾸준히 신학분야 책을 출판해왔고, 독점적이던 구조가 보편화되면서 침체된 면이 있다”며 “그러나 2천년대 들어서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일부 신학 출판사들이 도산했고, 다시 신학분야 출판 사명이 서회로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학분야 출판은 예나 지금이나 불모지처럼 척박하다. 정 사장은 “예전에는 신학적 성과를 묶은 책이 초교파적으로 일정부분 소비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신학자 수가 많아, 저마다의 책을 그 영역에서만 소모하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각 신학교와 교파를 넘어서지 못한 채 일년에 천권도 팔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회는 이 분야를 포기하지 못한다. 문서 선교의 사명 때문이다. 정 사장은 “서회는 이윤을 따지지 않고 기독 지성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들을 꾸준히 기획, 출판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평신도들의 신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책을 시리즈로 펴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매체 다양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시대, 120주년을 맞은 서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오프라인 출판 시장이 과거보다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독교의 경우, 신앙과 신학을 분리하거나 신학을 경원시 하는 경향이 있어 신학출판 분야의 시장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지강 사장은 “TV, 아이패드 등 매체 다양화로 인한 출판시장의 위축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최근 깨어있는 기독교 지성과 평신도들을 겨냥한 신학 서적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일례로 설교 비평서를 구매한 상당수가 평신도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신학에 대한 욕구들이 기독교 저변에 상당히 있는 것이 발견됐다”며 “신학의 차원을 높이고 평신도들의 신학 수준을 높이는 출판을 계속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 서회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북클럽 회원 모집이 그것이다. 정 사장은 “모든 책이 인쇄되기 전에 북클럽 회원들에게 내용을 고지하고 선 구매 요청을 받아 정가의 반액 정도로 보급할 계획”이라며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보고 싶은 책을 보지 못했던 독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독자들이 책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출판의 기획과 방향에도 반영해 구매자 위주의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서회가 신학서적 출판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 문서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고 연합기관으로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에 복음을 전하기 위한 방법, 첨단 매체를 통한 효과적인 전도 등을 준비할 때 서회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찬송가공회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서회 초대 총무인 본 위크 선교사가 구세군 사관이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감리교와 장로교가 만든 연합기관에 20년 동안 구세군 사관이 초대 전임총무로 사역했다는 것은 연합기관이 무엇인가에 대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 “서회가 오늘날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은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지난 120년간 서회가 꼭 필요한 기관이라는 것을 교회와 사회에 각인시키지 못했다”며 “우리 안에 안주하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것에서 벗어나 찬송가 문제를 비롯한 어려움들을 한국 교회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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