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래목사의 ‘이민목회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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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래목사의 ‘이민목회 단상’
  • 송영락
  • 승인 2007.07.04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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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버려주세요”

미국, 특별히 LA 코리아 타운은 ‘나성구’라고 불릴 만큼 한국 사람들도 많고, 한국 상점도 많다. 물론 그렇게 한국 사람이 많다고 해도 코리아타운이나 몇몇 한인 밀집 지역을 벗어나면 한국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을 가깝게 느끼다보니, 한국 드라마도 쉽게 접하고 또 미국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드라마 속에 미국 동포가 등장하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드라마 속에서 묘사되는 미주 한국인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인 몇 가지 틀이 있다. 살기가 힘들어서 한국에 두고 온 부모를 모른 척 한다든지, 사업이 망해서 사기를 친다든지, 한인 여성들은 모두 성적으로 개방적이어서 남의 남자를 가로챈다든지 대체로 부정적인 소제들이다.

 

또 한가지 고국 사람들에게 정형화된 미주 한국인들의 편견은 외국에 살고 있으니까 고국을 무척 그리워하고 향수에 젖어 살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장사익’이라는 분의 공연에서도 느껴졌다. 장사익씨는 지난 6월 24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이라는 아주 멋진 극장에서 ‘사람이 그리워서’라는 주제로 공연했다.

 

아내가 주일예배 후 식사 시간에 성도들과 장사익공연과 관련하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야기를 들은 K집사는 월요일 저녁에 80불짜리 장사익 공연 티켓 2장을 놓고 갔다. 마침내 공연이 있던 날, 모든 예배와 교회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했다. 아내는 “우리 부부를 포함한 10명이 조금 일찍 다운타운으로 내려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공연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날은 아마도 K집사가 쏘는 날이었던 것 같다. 티켓 값이 얼마나 비싼지 최고로 비싼 프리미어 티켓이 120불, 100불, 80불, 60불, 40불짜리 있었는데 우리가 구입한 80불짜리 티켓도 2층 객석의 두 번째 줄이었으니까 결코 저렴한 공연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침내 막이 오르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줌마 희망 한 단에 얼매래유” “채소나 한단 사기유”. 그의 노래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이 시큰거렸다. 하지만 흘러간 가요를 많이 불렀던 2부 공연 내내 장사익씨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가슴 한켠을 차지한 채 도무지 떠나가지 않았다. 즉 장사익씨는 소리꾼이간 대중가수인가? 그 분의 불분명한 정체성은 공연 내내 나를 짓눌렀다. 발성은 전통적인 창법인데 내용은 현대 대중가요가 많았다.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가 쏟아졌고 마지막곡이 ‘아리랑’이었다.

 

저의 판단과 달리 한국 신문들은 ‘30년 묵은 이민생활의 체증이 내려간’, ‘평소 외롭게 살아온 교민을 위로한 공연’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요즘 교민들은 타향살이를 불렀던 옛날 교민들처럼 고향이 그리워도 가지 못하는 신세도 아니고, 또 고국의 소식을 인편으로만 들었던 시대에 사는 것도 아니다. 한국말 라디오 방송이 4개, 텔레비전 방송이 2~3개, 한국말 일간신문이 4종류가 발행되는 이곳에서 ‘이민 생황의 애환’을 자극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글로벌시대에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은 이곳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외국이니까 므슨 맺혀 있는 한이나, 너무나 고통스러운 삶의 애환을 가지고 힘겹고 특별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영어의 장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개인적인 슬픔을 빼고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미주 한국인들은 천국에 소망을 두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결코 절망하는 일이 없다. (브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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