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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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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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6.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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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설 목사<문래동교회>


얼마 전 중국 내륙지역에 가서 한 주간 동안 현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생활하다가 돌아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불편함과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문화의 차이는 생활하는데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은 필자에게 무척 힘들었다. 그들은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필자가 묵고 있던 숙소는 상당히 많은 세대가 사는 연립주택이었다. 그런데 주택 뒷편 40여 미터 되는 거리에 소음과 먼지 공해를 일으키는 공장이 있었다. 그 공장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포크레인으로 바위를 분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낮에 작업한 것을 다시 밤새도록 분쇄기에 넣고 모래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공장에서 들려오는 소음 공해로 24시간 잠을 설쳐야했고, 엄청난 양의 모래먼지를 뒤집어쓰며 한 주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아무도 항의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장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작업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양해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24시간 밤낮으로 계속되는 작업으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를 인내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중국인들의 너그러움인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필자에게는 고통스러운 한 주간이었다.

우리 교회는 매주 문래공원에서 2시간 동안 음악을 연주하며 주민들과 차를 나누는 문화선교를 해오고 있다. 올해가 벌써 4년째가 되니 음악회가 열리는 시간이면 고정 팬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휴일 오후 한때 가장 편안한 시간을 공원에서 보내며 음악을 감상한다. 또한 오고가는 사람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기도 한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른바 전도를 위한 호객 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교회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안내지를 비롯한 교회 소개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그렇게 한다.

얼마 전 문화선교가 끝나면서 우리는 진풍경을 보았다. 우리의 문화선교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듯이 모 교회의 교우들이 공원에 흩어져 모였다. 그들은 공원 입구에 3명씩 두 줄로 대열을 만들었다. 리더로 보이는 한사람이 맨 앞에 서서 준비한 낭독문을 외쳤다. 그러자 뒤에 서있는 대원들은 리더의 외침을 반복해서 복창했다. 그리고 또 다른 편에서도 같은 형태로 “예수를 믿으라”, “가까운 교회를 나가라”고 외쳐댔다.

공원 한 가운데서는 목사로 보이는 사람이 성경책을 높이 흔들면서 신념에 찬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공원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것같이 시끄러워졌다. 주민들은 “왜 공원에 와서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난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목사인 필자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문화선교가 좋은 이미지를 보이면서 전도하려고 하는 것인 줄 안다. 그렇지만 그들은 우리의 활동에 함께 참여하며 거부하지 않는다. 종교가 다른 이들도 스스럼없이 우리와 하나가 된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신념에 도취된 종교 행위는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진리를 선포하는 소리이겠지만 공장의 소음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은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다.

말을 하면 소음공해가 되는 자리라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아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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