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심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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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은 심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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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5.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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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교수<천안대학교>
 


옛날 옛적에 전라도 어느 고을에 사는 심마니 한 사람이 이웃 동네 사는 심마니 친구 둘과 함께 산삼을 캐러 갔다. 이 세 사람은 백운산 깊은 곳에 들어가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 굽어보니 사면으로 깎아 세운 듯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데 그 가운데는 산삼이 꽉 차 있는 게 아닌가.

세 사람은 기뻐 어쩔 줄 몰랐지만 막상 그곳엘 내려갈 길이 없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칡넝쿨을 갖다가 밧줄을 꼬고 바구니를 만든 다음 한 사람이 그 속에 타고 내려갔다. 그리곤 산삼을 캐어 바구니에 담아 두 친구로 하여금 끌어 올리게 하였다.

산삼을 다 캐어 올리자 이 두 친구는 욕심이 나서 “미안하지만 너 거기서 올라올 수 있으면 재주껏 올라와 봐. 우리는 그만 간다”하고 사라져 버렸다. 벼랑 아래에 버려진 심마니는 아무리 궁리를 해 보았지만 도저히 올라 갈 방도가 없어 한숨만 쉬고 있었다.

그 때 위에서 ‘쏴아!’하는 소리가 나며 나무들이 흔들리더니 용이 되려다 못된 큰 이무기가 벼랑 위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심마니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여기서 굶어 죽으나 이무기에게 먹혀 죽으나 매일반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려오던 이무기는 바닥 근처까지 오다가 다시 벼랑 위로 올라가더니 꽁지를 심마니 앞에 드리우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 놈이 나를 구해 주려나 보다’ 생각하고 이무기의 꼬리 부분을 부둥켜안았다. 그랬더니 이무기란 놈이 순식간에 심마니를 벼랑 위에다 올려놓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하여 살아난 이 심마니는 어슬렁어슬렁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저만치 친구들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저 놈들이 나를 기다릴 리는 없는데 이때까지 가질 않고 왜 저기 앉아 있을까”라고 중얼거리며 가까이 가보니, 앉은 채로 죽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산삼바구니가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이 심마니는 산삼바구니를 들고 내려가 죽은 이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그 동안의 일을 사실대로 말하자 워낙 진실한 사람인지라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한술 더 떠서 “산삼에 눈이 멀어 친구를 벼랑 아래에 버려 죽이려 했으니 천벌을 받아 그 이무기가 죽인 게야” 하고 말했다.

이 심마니는 산삼을 팔아 두 친구의 장례를 잘 지내 주었다. 그리고 남은 돈을 3등분해서 죽은 친구 가족에게 주고 논밭을 장만해서 아들딸 많이 낳아 잘 기르고 90살이 넘도록 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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