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이트 당장 폐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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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사이트 당장 폐쇄해야
  • 승인 200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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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난 20대 2명이 동반자살한 데 이어 회원들 사이에 돈을 받고 숨지게 해주는‘촉탁살인’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부도덕한 상혼이 결합해 토해내는 각종 부작용들을 오래 전부터 경험하고 있지만 인터넷이 막상 인간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도구로 변질된 데서 문명의 역기능이 극에 달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현대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현상으로서 도덕·윤리의 타락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벗어나 나홀로 즐기는 사이버 공간에 빠진 ‘n세대’의 인성 황폐화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촉탁살인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의 이야기는 참으로 어이없기 그지없다. 19세로 미성년자인 그는 태연하게 “죽여 달래서 죽였고 그게 그 사람을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어이없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사이버 공간이 가져다 줄 역기능에 대응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사이버 공간은 현실과 환상의 중간지대로 집단 최면이 가능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좌절감에 빠지면 자살을 부추기는 기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혼자 느꼈던 자살욕구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동조·공감을 받게 될 경우 자살충동이나 동기가 급격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과 경찰이 자살사이트에 대한 일제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는 범죄 차원에서 단속·처벌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우선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자살사이트는 당장 폐쇄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반성과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잘 아는대로 자살은 죄악이며 개개인의 정신적 문제인 동시에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자살의 원인을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은 사회에 있으며 특히 개인이 사회집단과의 단절감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고립감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산업화에 따른 현대문명의 발달로 인간관계의 기계화, 분업화, 사무화가 인간성 상실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 지나친 경쟁의식, 황금만능주의가 사회 일반에 널리 퍼지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을 인생의 패배자로 인식,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 즉 우울증 등 정신질환 탓으로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런 자살충동을 어떻게 적절히 조절하고 나아가 생산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키느냐이다. 인터넷 자살사이트는 이 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선 자살에 관해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도움이 돼야 할텐데 그 보다는 자살을 당연시 하거나 심지어 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일시적이더라도 자살사이트에 계속 접속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행동을 그런 쪽으로 끌고가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자살을 증가시키는 사회적·개인적·병리현상에 대한 일반의 이해와 이를 예방하기 위한 각계의 관심이 시급해졌다. 특히 교회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시급하다 하겠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빠지면 타인과의 관계가 사라져 가 자기 중심적이 되며, 이에 따라 무의식 속에 파괴적 심리가 자리잡아 사이버 패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시대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 나약한 젊은이들을 자살로 몰아가는 원인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상담·교육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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