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 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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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술 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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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4.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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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교수<천안대학교>


옛날 옛날에 한 늙은 홀아비가 논밭을 갈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에 흉년이 들면서 홀아비의 논밭과 땅이 바삭바삭 타들어가고 있었다. 홀아비는 하루에도 열두 번 땅을 바라보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도 곡식은 잘 자라지 않고 자꾸 메말라 가기만 했다. 홀아비는 발을 동동 구르며 곡식을 살려보려고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땡볕 아래서 물을 퍼다 주기를 수십 번 하다가 홀아비는 그만 기진맥진해서 쓰러졌고 결국 죽고 말았다. 부인과 자식들은 홀아비를 그의 논밭이 잘 보이는 곳에다 묻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홀아비네 논밭으로 일을 나왔던 맏아들이 때가 되어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아버지 무덤가에 앉은 아들은 첫술을 뜨다 말고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나 ‘아버님!’하고 불렀다. 그러면서 아들은 밥을 먹으려다 아버지의 무덤 앞에다 먼저 첫술로 뜬 밥을 내놓았다. 효자였던 다른 아들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들들은 그날 이후로도 계속 점심을 먹으러 오면 ‘아버지!’하고 불렀고, 첫술을 떠서 무덤 앞에 놓았다. 그 정성 때문일까? 그 후에는 아들들이 짓는 논은 늘 풍년을 맞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을사람들도 그 행동을 본 따기 시작했다. 풍년을 맞고 싶어서였다. 그러자 온 마을이 거짓말처럼 풍년이 들었다. 이웃 마을은 흉년이라서 난리였음에도 그랬다. 그 이후 마을 사람들은 “아마도 죽은 사람 덕이 아닌가 싶네”라고 말했다.

이 소문이 퍼지고 퍼져 전국 방방곡곡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풍년이 되기를 바랄 때 밥이나 술을 차려놓으면서 풍년을 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는 첫 술을 던져 주기 시작했고, 지금도 농촌에서는 논밭이나 들에서 밥을 먹을 때 첫 술을 던져 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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