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복지 현주소
상태바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복지 현주소
  • 송영락
  • 승인 2005.04.13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시설 운영, 사업이 아니라 선교"
 

2003년 11월 경기도 양평 ‘A정양원’과 충남 연기군 ‘B사랑의집’의 비리사건, 지난해 4월 서울 은평구의 한 시설에서 발생한 70대 노인의 폭행사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 위치한 ‘C선교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등 언급하기 조차 부끄러운 장애인들의 인권 침해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인권운동사랑방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복지시설의 감금, 폭력 등에 대한 제보가 들어온 민간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드러난 심각한 인권유린 내용을 세상에 공개했다.



예를 들어 시설에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치료가 아닌 강압적인 기도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거나, 식량이 통제되거나, 징벌방(일명 먹방)에 보내져 암혹과 같은 공포에 떨게 하거나, 새벽 1~2시까지 강제노동을 시키거나, 폭행, 성폭행, 강제결혼, 지원금 유용, 인간이하의 식사 등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인권유린의 내용들이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지원금의 유용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매월 지원금을 개인통장에 입금을 시킨다. 그러나 시설 생활자들은 자신들 명의로 된 통장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시설운영자들은 이 돈을 마치 자신의 ‘돈’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다음은 인간이하의 식사였다. 매달 정부의 지원금 외에 각종 단체로부터 수백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오거나 먹거리를 비롯한 각종 물품이 넘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장애인들이 먹는 것은, 김치와 시래기국이 전부이거나 반찬 없는 라면이 고작이었다. 또 각종 단체에서 주기적으로 옷과 먹거리를 비롯한 후원물품이 들어왔지만 일부만 장애인들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목사나 장로나 집사 등이 이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행태는 가뜩이나 실추하고 있는 기독교의 이미지를 더 나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미신고 시설’은 총 1074개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해 한 해만도 64개의 ‘미신고 시설’이 생겨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신고 시설’의 대부분 장애인들은 가족에 의해 입소되었는데, 의뢰가족은 병원이나 정신병원 정신요양 시설들을 전전하다 매달 40만원 정도의 위탁금을 지불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입소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미신고 시설’은 행정관청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언제나 심각한 인권유린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보건복지부는 미신고 복지시설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2002년 6월 ‘미신고복지시설 종합관리대책’을 발표하고 2005년 7월 31일까지 신고시설로 전환하겠다는 조건부 신고를 받은바 있다. 이러한 조건부 신고를 한 시설을 ‘조건부신고복지시설’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7월 31일 이후에 미신고시설에 대해서 폐쇄 등의 강경한 조치를 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2002년 6월 이후 신고시설로 전환한 미신고 복지시설은 26개소로 여전히 낮은 전환율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장애인에 관련된 선교기관만도 150여 개에 이르고 있으며, 교회나 기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복지기관들도 늘어가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머지않아 장애인복지와 선교는 한국교회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또다시 몇몇 사역자에게 맡길 경우, 언제든지 ‘은혜선교원’과 같은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대원신부(성공회 사회부 부장)은 “교회사회복지는 일반 사회복지와 다른 특징을 가져야 하는데, 그것은 신앙을 기초로 한 선교적 활동이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선교와 복지는 대상이 심각한 고통중에 있는 사람들이며, 사역 자체가 어렵고 힘들뿐만 아니라 사역자의 수고와 헌신에 대한 사회적인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어려운 사역이다. 따라서 영성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능력있는 사역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설운영자는 사업이 아니라 선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