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펜젤러의 기도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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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펜젤러의 기도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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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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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지 목사<목양교회>


이 주간의 화요일(5일)은 120년 전에 언더우드 선교사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한 날이다. 언․아 두 선교사의 입국에 대해서, 선교사관(宣敎史觀)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때는 지나치게 무거운 비중을 둔 느낌이 있고, 그 뒤 사관의 변화에 따라서 그 의미를 경감시키려 한 일도 있었다고 여겨지는데 이제는 과장이나 축소, 편견 없이 이 일의 의미를 평가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어느 경우이든지 간에 이 일은 한국교회의 역사에서 하나의 새로운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고, 1930년대의 선교희년대회라든가 1980년대의 한국교회 100주년 사업, 그리고 올해의 선교 120주년 기념사업들이 이 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이 날 오후 한국 땅에 첫 발을 디딘 아펜젤러는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렸다. “우리는 부활주일에 여기 왔습니다. 이 날에 죽음의 철장을 부수신 주님께서 이 백성을 얽매고 있는 줄을 끊으시고 그들로 하나님의 자녀들이 얻는 빛과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아펜젤러가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 수록되어 있는 이 보고서는 1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없는 감동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우리는 이 땅에 복음을 주신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해야 한다. 복음이 들어오기 이전 우리나라의 상태는 영적으로 암흑이었고 현실적으로도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아펜젤러의 기도문에 있는 그대로 죽음의 줄에 얽매어 있었다. 복음은 그와 같은 이 땅에 한줄기 빛으로 찾아왔다.

만일 그 때 복음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한말과 국권 피탈과 식민지 상황의 암울함 가운데서 질식하지 않고 존속할 수가 있었을까? 우리 민족의 불멸의 정신적 유산인 삼일만세운동이 가능했을까? 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이끈 수많은 지도자들이 배출될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나라의 정신세계는 어떤 형편이 되었을까? 복음이 마침 그때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한국 기독교는 민족 종교의 자랑스러운 이름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밖에도 여러 가지 질문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우리는 120년 전 바로 이 때에 선교사를 보내주신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언․아 선교사의 입국을 기점으로 해서 올해, 선교 1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여럿 준비되고 있는데 연합적인 행사가 아니라 교파별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 행사들을 준비할 때 감사를 강조하는 것을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년 전, 한국 기독교 100주년 기념사업을 할 때도 첫째 날의 주제는 감사와 회개였다. 우리는 감사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면서 그 때 강조했던 화해와 일치, 교회 성장과 교회 갱신, 민족 통일과 평화, 한국 복음화와 세계 선교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른 날이 아니고 부활절에 첫 선교사가 들어온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아펜젤러의 기도는 “우리는 부활주일에 여기 왔습니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 젊은 선교사의 가슴에 일년 365일 가운데 다른 날이 아니고 부활주일에 이 미지의 땅에 첫 발을 내리게 된 것이 하나님의 섭리요 은혜요 축복이라는 느낌이 용솟음 쳤기에  이와 같은 말로 기도를 시작했을 것이다.

아․언 선교사가 탄 배는 3월 31일 일본 나가사키를 떠나 4월 2일에 부산에 잠시 정박했다. 아펜젤러의 일기에 따르면 이 때 잠시 부두에서 내려 부두를 산책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항해를 계속해 부활주일인 5일 오후에 인천 제물포항에 닻을 내린 것이다. 부활주일에 첫 선교사가 들어온 것은 우연일까? 그 배의 항해 계획에 따른 것일까? 우리는 여기에도 이 땅의 교회를 하나님의 사랑과 기대가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 땅에서 이 기도를 드릴 수 있는  날이 속히 오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곳은 영적인 죽음의 철장에 갇혀 있는 땅이요 죄의 권세에 얽매어 잇는 곳임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 동포들이 하나님의 자녀들이 얻는 빛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속히 오도록, 오늘, 아펜젤러보다도 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힘써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모두가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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