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조건을 따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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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조건을 따지지 말자"
  • 송영락
  • 승인 2005.03.29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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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달에 말한다<1> - 한국밀알선교 단장 차영동 목사
 

매주 정신지체장애인 시설에 예배를 인도하러 가면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달려들어 어떤 친구는 핸드폰을 가져가고 어떤 친구는 호주머니를 뒤져 소지품을 가져간다.


처음엔 그런 아이들의 무례한 행동들을 대하면서 그들의 행동에 곧바로 반응하며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그러나 한번도 소지품을 잃어버린 적은 없다. 난감한 일들이 벌어지면 날렵한 몸놀림으로 사태를 평정하고 소지품을 되돌려주는 친구들이 항상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상시엔 무리 속에 잠잠히 섞여 있지만 자신들이 그 상황에 필요할 때라고 직감적으로 느낄 때면 분위기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단 행동에 뛰어들어 사태를 평정하는 친구들이다.

100여명의 정신지체 친구들은 예배 전에는 질서도 없어 보이고 하나님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대부분 예배가 시작되면 잠잠해지곤 한다. 그러나 많은 방문자가 있었던 날이나 외부관람이나 흥분된 일이 있었던 때에 예배 분위기는 시장바닥처럼 시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예배시간에 시끄럽다고 해서 그때마다 나비 친구들이 주의를 주거나 잠잠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예배만큼은 분위기가 어찌되었든지 사람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그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인 셈이다.


화요모임에 나오는 이훈희는 10년 전에 재가장애인 모임에 참석하면서 예수님을 소개받고 지금껏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훈희는 재가장애인 모임에 참석하면서 마음이 뜨거워졌고 주일이면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누워서 이동해야 하고 또 외출이 용이하지 않는 옥탑 방에 기거하기 때문에 봉사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 친구가 교회를 다니는 것은 힘들었다. 그럼에도 몇 년 동안 강남의 한 교회가 그 친구를 섬겼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담임목사가 바뀌면서 그곳 성도들이 장애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예전과 같지 않았던지 교회출석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소외계층의 교회 출석률은 한 교회의 사랑지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훈희의 그런 안타까운 상황을 놓고 기도하던 중 수서에 있는 일원동교회에 훈희를 소개해 주었다. 처음엔 소개는 해주었지만 혹시 교회는 교회대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되려 장애인선교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아닐까? 훈희가 교회 성도들로 인해 상처를 입고 되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일원동 교회는 훈희를 소개받자마자 장애인 시설에 있는 아이들과 같이 훈희의 간절한 소원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교회는 한 사람을 위해 승합차를 새로 구입하고 주일마다 전담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을 배정했으며 청년회 친구들은 예배가 끝나면 식사와 성경공부를 하고 집에 데려다주는 일까지 기쁨으로 감당하기로 한 것이다.

일원동교회가 훈희를 만났을 때에 효율성을 따지고 분석이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행동에 뛰어 들기로 결정했다면 올해도 훈희는 주일이면 혼자 예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일원동교회는 작은 규모의 교회이지만 보여준 행동만큼은 어느 누구도 작다고 말할 수 없는 큰 교회, 큰 사람들이었다.

예수님도 병든 사람들과 장애인들이 찾아왔을 때에 율법적으로 옳은가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면밀히 검토하시고 그들을 치료해 주신 것은 아니다. 예수님은 단지 예수님 앞에 많은 병든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장애 속으로 질병 속으로 뛰어들어 사랑 폭풍을 만드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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