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 - 산상설교(6)
상태바
사복음서 - 산상설교(6)
  • 운영자
  • 승인 2005.03.25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진의 신약읽기(25)
 

 지복 설교에 이어 나오는 이야기는 빛과 소금에 대한 비유다(마 5:13-16).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서 맛을 내는 소금이고 또 어두움을 밝히는 빛인데, 만일 소금이 맛을 잃는다든지, 빛을 등경 아래 감춤으로써 빛을 가리는 일이 없어야 함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본문의 빛과 소금을 설명하거나 설교할 때, 소금과 빛 자체에 국한시켜 해석하는 경향이 짙다. 그리하여 조미료, 혹은 방부제로서의 소금의 기능과 어두움을 밝히는 빛의 역할에 집중하여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경을 해석할 때 참작해야 할 매우 중요한 사실은 본문이 놓여있는 문맥이다. 사실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신약성경이 장(章)과 절(節)로 나누어진 것은 15세기 무렵부터였다. 그 전에는 장·절의 구분이나 구두점도 없이 한 데 붙어있었다.

장과 절이 구분으로 인해 읽기 및 이해가 용이해지기는 했지만, 동시에 장·절의 구분이 해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오늘 빛과 소금에 관한 본문이 바로 이런 경향에 대한 좋은 일례이다.

빛과 소금 비유는 바로 앞에 나오는 지복 설교에 잇대어 나타나고 있다. 문맥상 두 이야기는 한데 묶여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빛과 소금에 대해 말할 때 그 앞에 놓인 지복 설교와 연계시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그러나 대체로 이 두 이야기를 분리해, 지복 설교 따로, 빛과 소금 비유를 따로 떼내어 설교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두 이야기를 관련시킬 때, 우리는 과연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소금으로 빛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매우 적절한 답을 발견하게 된다.

즉, 지복 설교에서 언급된 덕목들, 즉 심령의 가난(겸손), 애통, 온유, 의의 추구, 긍휼, 마음의 청결, 화평, 의로 인한 핍박 등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나타나고 기능하는 구체적 모습들인 것이다. 즉, 지복 설교의 덕목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때, 그리스도인들은 비로소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빛과 소금으로서의 착한 행실은 5장 21절~48절에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돼 나타나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문제와도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흔히 모세의 율법과 대조되어 나타나는 까닭에 ‘대립 명제’라고도 불리는데, 구약에 문자적으로 구속되어 있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의 의(義)와의 대조를 통해, 신약의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특징을 ‘더 나은 의’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소개되는 살인, 간음, 이혼, 맹세, 보복, 원수 사랑에 대한 주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이미 지복 설교에서 제시된 덕목에 이미 다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즉, 지복 설교의 원리 및 정신을 바르게 인식하고 실천에 옮길 때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처럼 구약 율법에 문자적으로 예속된 채 형식적 준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 율법을 주신 하나님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여 그 말씀의 정신을 온 몸으로 살아낼 수가 있다는 말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