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 - 산상설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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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 - 산상설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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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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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의 신약읽기(24)

산상설교 중 지복(至福) 설교는 종종 ‘새로운 십계명’(new Decalogue)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3절부터 12절까지는 10개의 구절로서, 그 각각을 하나의 계명으로 보아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구약의 십계명은 주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성격을 띠었으나(10 계명 중 8개), 신약의 새로운 십계명은 부정적인 성격은 사라지고 모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꾸어짐으로써, 기독교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은 가장 큰 계명에 대한 주님과 율법사와의 대화에서(마 22:34-40), 주님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으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소개함으로써 구약 계명의 부정적인 성격을 긍정적으로 바꾸신 것과도 일맥상통하다고 하겠다.

주님의 새로운 십계명으로서의 지복 설교는 이런 맥락에서 바울이 갈라디아 교회에게 보낸 편지에서 율법 대신에 그리스도인들을 인도할 새 시대의 도덕적 덕목인 ‘성령의 열매’와도 연결될 수 있다(갈 5:22). 아울러 성령의 열매로서의 사랑은 고전 13장에 나오는 사랑의 특징과도 연결되면서, 주님이 가져오신 새로운 시대를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지침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롬 13:10 - 율법의 완성으로서의 사랑; 약 2:8 - 최고한 법으로서의 사랑).

지복 설교를 문학적 구조의 틀로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심령의 가난(A)과 애통(B), 온유(A)와 주리고 목마름(B), 긍휼(C)과 청결(D), 화평(C)과 핍박(D), 즉 AB AB CD CD의 구조로 형성되어 있고, 두 쌍이 끝날 때마다 ‘의(義)를 위하여’가 등장하면서 앞과 뒤의 두 쌍을 연결하고 있는데(6, 10절), 이 의는 마태복음 전체의 주제 단어로 이곳 지복설교에서도 두 번이나 반복되면서 강조돼 나타나고 있다(3:15, 5:20, 6:33). 그리고 처음(3절)과 마지막(10절)에 똑같이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가 등장, 수미쌍관법(inclusio)의 특징을 이루면서 천국, 즉 하나님의 나라가 지복 설교, 더 나아가서는 산상 설교 전체의 주제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다.

또한 하나님 나라의 시민, 혹은 주님의 제자로서 지녀야 할 도덕적 덕목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 처음 3절과 10절의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는 현재형으로 되어 있으나, 그 사이의 4절에서 9절까지는 모두 미래형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주님이 도래함으로써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이 땅에 시작되었으나(마 12:28), 우리가 이 땅에서의 수고의 결과로 얻을 상급은 장차 미래에 우리에게 주어질 것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교훈을 잘 보여주는 또 한 곳은 누가복음(눅 16:12). 여기서 ‘남의 것’이란 주인, 즉 하나님이 이 땅에 사는 동안 우리에게 맡긴 것으로 남의 것이며, ‘너희의 것’이란 그 남의 것에 충성한 결과로 미래에 얻게 될 우리들의 상급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상급이 미래적이라 해서 불확실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마지막 10절에 다시 천국이 현재형으로 등장함으로써 그 상급의 확실성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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