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레위기의 제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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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레위기의 제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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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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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의 구약읽기(23)
  레위기의 제사법은 현대적 시각에서 본다면 구시대적 유물로 보인다. 그래서 오늘날 레위기를 본문으로 하는 설교를 쉽게 들을 수 없으며, 구약성서 가운데 고리타분한 책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오경 안에 나타난 여러 제사법을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성막과 희생제물을 예수의 임재 혹은 구원의 상징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구약의 내용을 신약성서의 교리적 시각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레위기는 고대 이스라엘이 처한 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접근이 곤란하다.

가장 보편적으로 행해졌던 번제의 경우를 살펴보자. 흠이 없는 수송아지를 잡아다가 피를 내어 회막(장막)문 앞에 뿌려야 한다. 그 다음 그 희생제물의 가죽을 벗기고 각을 떠서 그 뜬 각과 함께 머리와 기름을 단에 있는 불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 내장과 정강이를 물로 씻고 제사장은 그것을 가져다가 단 위에서 불살라 야훼께 향기로운 제물을 드린다(레 1:3-13).

제물을 바치는 제사장들은 동물을 해부하는 전문가였음이 분명하다. 제사장은 희생제물을 부위별로 정확하게 잘라내야 하며 기름기를 별도로 가려내고 내장과 정강이를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거룩한 제물을 바칠 수 없다.

고대 사회에서 동물을 희생 제물로 바친 것은 보편화되어 있었으므로 희생제물의 내장을 관찰하는 방법도 매우 발달했을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동물의 내장을 살펴 신의 뜻을 파악했다는 증거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에게 드려질 제물에 대한 엄격한 관리 규정이 있었으며 이것은 상당히 발달된 제의 양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레위기에 나타난 제사 규정이 보다 후대에 확립된 것이라고 여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희생제물을 바치기 전에 그 동물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하는 것이다(레 1:4; 4:4, 15). 왜 동물의 머리에 안수해야 하나? 여기에서 교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안수기도가 생각난다. 안수기도는 제사장인 목사나 사제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 위해 일반적으로 행해진다.

때로는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행해지기도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대신 바쳐지는 동물이 하나님 앞에 흠 없고 순전한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동물의 머리에 안수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동물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래야 할 경우가 있다. 시골 교회에서 가끔 발생되는 목회 경험을 들어보자. 한 밤중에 교인이 찾아 와서, 자기 집에서 기르는 소가 지금 죽어 가고 있으니 기도해 달라는 것이다. 그 소는 자기 재산의 전부요 자녀를 키워 낼 학자금의 원천이다. 그 기도는 농부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족의 생명을 위한 것이다. 그 소가 집안의 대들보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목회자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소의 머리에도 기꺼이 안수를 해줄 것이다.



 교수·강남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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