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여 병이 나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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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여 병이 나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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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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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교수 / 천안대학교

옛날 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나이가 마흔이 되도록 자식이 없어서 고민이었다. 그러다 부인이 꼭 마흔 살이 되던 해 무슨 복을 받았는지 아들이 태어났다.
그런데 워낙 귀하게 얻은 아들이라 부부는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친 것이었다.

부부에게는 다 자란 자식도 여전히 아기 같았다. 이런 마음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한시도 아들 곁을 떠나지 않고 자나깨나 아들 시중에 세월 가는 줄을 몰랐다. 게다가 귀한 아들이라고 일을 않도록 함은 물론이고 움직이는 것조차 되도록 하지 않도록 했다.

세월이 흘러 아들도 이제 청년이 되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렇게 정성을 들여 키우는데도 아들은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갔다. 용하다는 의원은 다 불러모으고 좋다는 약도 무수히 해 먹였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걱정이 쌓여 가던 어느 날 밤, 등에 짐을 가득 진 나그네가 하룻밤 묵어가길 청했다. 주인은 "아들이 병이 있어 곤란하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나그네는 "집에 환자가 있다면 자기가 고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며 꼭 한번 묵어가야겠다고 했다. 그러자 부부는 이 나그네가 보통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손히 안으로 모셔 푸짐한 저녁을 대접했다.

다음 날 나그네는 부부를 불러 아들의 병세를 묻다가 이 부부가 늦게 아들을 얻은 것과 자기들이 그동안 얼마나 극진히 자식을 돌보았는가를 듣게 됐다. 이야기를 다 들은 나그네는 "남쪽에 못된 기운이 있어 그것을 막지 않으면 아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텃밭에 있는 돌무더기를 가리키며, "나쁜 기운이 나오는 돌무더기를 모두 혼자서 치우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것"이라 말했다.

그 날부터 아들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있는 힘을 다해 돌을 날랐다. 그렇게 열흘이 가고 한 달 사십 일이 지났다. 꼬챙이처럼 말랐던 아들의 몸은 조금씩 살이 붙고 늠름해졌다. 일을 시작한지 석 달하고 열흘이 지나자, 아들의 얼굴에는 붉은 윤기가 돌고 어깨와 팔다리는 근육으로 단단해졌다.

마침내 아들은 텃밭 돌무더기를 다 옮기게 되었다. 그러자 병든 아들이 다 나은 듯 보임은 물론이고 늠름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늙은 부부는 나그네의 지혜를 깨우치고는 나그네를 산신령이나 도사라고 여기며 감사해 하였다. 그리고 그 뒤로 일하는 기쁨을 알게 된 아들은 열심히 일을 하는 듬직한 청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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